매일신문

사설-국민 외면한 돈세탁방지법

며칠 전 중진 국회의원들 앞으로 대변이 담긴 편지가 배달되었다. 그리고 12일 일부 신문에는 바른 말 잘하기로 유명한 기업인인 제이손 대표의 '더 늦기 전에 지도층은 반성하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이제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예전처럼 비판만 했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음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돈세탁방지법이 여야합의로 통과되려하더니 이내 보완책문제로 다시 흐지부지 돼가고 있다. 물론 이 법의 근본취지는 조직범죄나 해외재산도피와 같은 것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기는 하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넣는 것이 근본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반대 논리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정치가 돈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자금 세탁문제를 예외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정치자금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죄)만으로는 정치의 타락을 막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 아닌가. 따라서 당연히 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법의 집행이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특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부 의원의 주장처럼 정치적 악용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이 법에 의해 새로이 창설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영장 없이 가능한 계좌추적권이 문제인 것이다. 야당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일가친척까지 계좌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리고 법의 오·남용이 심할 경우 국민들의 금융거래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해 보면 결론은 나온다. 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은 넣어야 하고 그러나 악용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춘 법제정은 생각지 않고 법통과를 미루기 위해 자리를 떠버렸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제이손 사장의 절규처럼 "…배고파 울부짖는 어린 자식 품에 안고 피눈물을 흘리며 거리를 헤맸던 전쟁미망인…, 유난히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실업자…"의 문제도 모두 정치인들이 책임인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국민들이 국회로 쳐들어가기 전에 진정 나라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애국인지 정치인들은 다시 한번 냉정히 반성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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