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정경위기 돌파 "인물난"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몰리면서 일본의 정계 체질 개선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비슷한 파벌정치.금권정치의 행태를 계속해 왔으나, 이래서는 앞날이 없으리라는 위기감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재무상 재임기간 신기록을 세운 미야자와의 일본 경제 책임 논쟁도 일고 있다.

◇경제 책임론=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재무상이 11일로 최장수 재무상의 기록을 세웠다. 1986년 7월∼88년 12월 사이에 첫 임기(당시는 대장상)를 거친 뒤 1998년 7월 당시 오부치 총리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경제 재건의 '긴급 구원 투수'로 재등판해 재임 1천829일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것. 그 사이에는 1991년 11월부터 19개월간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올해 81세. 그러나 그가 총리로 재직할 때 거품 경제가 발생했고 이번 재무상 재임 중에는 일본경제 붕괴를 겪어, 책임론도 만만찮다. 거품 경제를 몰고 온 책임자 중 한 사람이라는 지적이 늘 뒤따르는 것. 한달 전에는 야당으로부터 '15년 간의 경제 실정'을 추궁 받고는 "내게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재정이 파탄지경"이라고 자인하기도 했다.

◇모리 몰락=반면 모리 총리는 취임 1년도 안돼 지난 10일 사실상 사퇴를 표명했다. 자민당 5역 회의에서 "올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당 집행부가 요구해 온 '4월 퇴진' 요구를 받아 들인 것. 그렇잖을 경우 13일 열릴 전당대회가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는 한달 쯤 뒤 퇴진할 것으로 보이는 그는, 오부치 전 총리의 사망으로 당 총재 선거조차 치르지 않고 '추대' 형식으로 총리에 오른 운좋은 '무혈 입성자'였다. 그러나 취임 2개월도 안돼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神)의 나라", '국체'(國體)론, '교육 칙어' 지지 등 실언을 일삼아 인기는 계속 내리막 길만 걸었었다.

작년 11월에는 드디어 내각불신임 표결까지 강행됐다. 그때 이른바 '가토 반란'을 잠재움으로써 기사회생 하는 듯도 했으나, 올 들어서도 'KSD 독직사건' '외무성 기밀비 유용', 경기 퇴조 등 악재에 시달렸다. 급기야는 미 핵잠함 충돌사고 때 골프를 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인기도는 한 자리 수로 주저 앉고 말았다.

오는 7월이면 참의원 선거가 있을 참이어서, 다급해진 자민당은 결국 지난달부터 '모리 강판'에 급피치를 올렸다. '이지메'(집단 따돌림)라 불릴 정도의 혹독한 흠집내기와 퇴진 요구를 더 이상 견뎌내기는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정치의 체질 개선 화두='포스트 모리'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 이제 암중 모색의 핵심이 됐다. 누구를 얼굴로 내세워야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패배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 문제와도 얽혔기 때문.

이런 가운데, 아직은 물밑 흐름에 불과하지만 세대 교체론도 만만찮다. 2차 대전 후 자민당 파벌을 사실상 이끌어 왔던 다나카(田中)-다케시타(竹下) 정치의 종식을 차제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 밀실 파벌정치가 청산되지 않는 한 누가 총리가 돼도 그나물에 그 밥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자들은 이제 '열린 정치'를 이룩해야 정당 정치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총리가 되느냐 하는 것 이상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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