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주가가 12일 폭락 장세를 보인 가운데, 이에 앞서 마감된 이날 도쿄 증시 닛케이 평균 주가는 전장보다 456.53포인트나 급락, 거품경제 붕괴 이후 최저치인 1만2천171.37로 주저 앉았다. 이날 엔화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온 달러당 120엔대 이하로 떨어졌다. 작년 4/4분기 중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통계도 이날 제시됐으나, 일본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우려가 훨씬 높아, 특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 등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2일 도쿄 증시에서는 첨단.정보 통신주를 중심으로 팔자 주문이 쇄도, 닛케이 주가가 지난 2일 기록했던 최저치 1만2천261.80을 단숨에 갈아 치웠다. 주가는 지난 주 기술적 반등을 시도해 계속되던 하락 행진을 멈추는 듯했으나, 정정 불안 등으로 또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는 12일 오전부터 도쿄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120.62엔까지 급락, 1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120.50엔 선에서 장을 마쳤다. 그 뒤 열린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달러당 120.458엔으로 장을 막았다.
도쿄 시장에서는 작년 4/4분기 GDP(국내 총생산)가 0.8% 증가했다는 정부 발표에 힘입어 한때 119엔대 중반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주가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엔저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4/4분기의 플러스 성장은 작년 3/4분기의 마이너스 0.6% 성장에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기는 하나, 아소 다로 일본 경제재정 담당상은 "새해에 1.7%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일본 내각부는 작년 4/4분기 임금 하락률이 1998년 3/4분기 이후 최대치인 0.8%에 달하는 등 노동자들의 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소비 지출이 침체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소비 지출은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작년 4/4분기 소비지출은 전분기보다 0.6% 감소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 신문은 12일 "점차 심화되는 일본의 디플레 현상 때문에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이날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소비자 물가가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폭인 1.1%나 떨어지는 등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위기에 봉착, 다른 나라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은 이미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를 크게 낮추고 있으며, 신용의 붕괴를 초래하는가 하면, 봉급 생활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있다. 주식 가격은 15년 전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으며, 주요 도시의 지가는 정점에 달했던 1991년에 비해 65%나 떨어진 상태이다.
일본에선 은행 대출 때 토지를 담보로 잡는 경우가 많아, 지가 하락은 곧바로 경제 왜곡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히토시씨의 경우, 1994년 경제에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크게 내렸을 때 아주 저렴한 63만6천 달러에 자기 집을 샀으나, 지금 시가는 33만5천 달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주택 가격의 75%에 달하는 융자금은 갚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일본 국민들의 생활을 파괴할 가공할 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