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인터넷-(19)물류창고 없애기

울산시가 아니라 현대시라고 해야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울산의 현대자동차 본사에 가면 내수 혹은 수출되기 위해 출고를 기다리는 완성차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광장 가득히 쌓여있다. 해마다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현대자동차 앞마당에 쌓여있는 수만대의 현대차는 바로 국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였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증표였다. 현대자동차 울산본사만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분포돼 있는 신차 인수장이나 세계 각국의 물류기지에도 새주인을 기다리는 자동차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비단 이런 현상은 현대자동차만이 아니라 국내 모든 자동차업계에 공통되는 현상이고 동시에 전 산업계가 갖고 있는 물류 마인드이다. 즉시 출고가능한 제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는 소비자 배달시간과 직결된다. 자연히 각 업계마다 10%이상의 물류비용이 드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 선진 기업들은 이런 관행을 깨고 있다. 바로 인터넷의 보급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도요타 자동차회사가 완성차 적재장을 없애고 있으며 나이키본사는 아예 물류창고가 없다.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델컴퓨터도 재고 한개 없지만 맞춤형 컴퓨터를 주문 즉시 배달해주는 첨단시스템으로 배달소요기간, 컴퓨터 제작경비를 대폭 줄였다.

대구의 A기업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델 컴퓨터 본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원하는 컴퓨터 사양을 기재하면, 델 컴퓨터는 부품공급처에 네트워크상으로 주문서를 입력시키고, 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조립공장에서 컴퓨터를 완성하여 눈깜짝할 새 배달해준다. 물론 지불은 인터넷으로 결제하면 된다.

나이키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이키 본사에는 생산인력이 전혀 없이 기획.기술개발.마케팅 등 소수 핵심요원만 배치돼 있다. 이들이 경영전략을 세우면 세계 각국에 분포돼 있는 현지공장들이 막바로 생산에 들어가, 물류시간을 단축시킨다.

독일의 한 엘리베이터 회사는 기업.아파트.기관 등에 납품한 엘리베이터가 고장을 일으키기 전에 미리 애프터서비스를 나가는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각 부품별 내구연한을 파악하고, 무선 감시시스템을 통해서 엘리베이터의 작동상황을 파악, 고장이 나기전에 미리 손을 봐서 사용불편 제로시대를 열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가와백화점은 소비자고발 3초 이내 처리를 실현하고 있다. 바로 이 백화점에 접수된 30여만건의 소비자고발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사례별 처리방안을 적시하여서 빛의 속도로 사고하는 21세기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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