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아이러니의 생산. 최근 전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소방대원 참사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상의 아이러니로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의 이층집에 불이 나고 어렵게 도착한 소방차가 서둘러 진화작업을 한다. 집주인이 외친다. "1층에 아들이 있어요,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급박한 상황, 따질 겨를이 없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라도 막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몸을 던진다. 불의 위력에 눌린 2층 건물이 그때 내려앉고 대원들은 불길과 함께 사라진다. 이 통한의 현장. 정부의 대형참사 이후의 소방점검이 진부해 부아가 돋는데, 잇따라 겹쳐지는 부산 소방관의 진화 중 사망 소식은 못 그린 그림을 회칠하는 느낌이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니, 만약 방화범이 10년 동안 정신병원을 들락거린 자 임을 알았더라도 그들 소방대원들은 몸을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아들은 이미 집을 빠져 나온 상황이었다니, 이 대목에서 어이가 없다. 그 자가 거기 없어서가 아니라 없는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된 대원들의 삶이 기막혀 그렇다.
이 희한한 일상의 아이러니에 가족은 또 한 번 오열한다. 빨리 불길을 잡았더라면 내려앉는 2층에 당할 리 없었을 것이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아 초기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니, 언제부터 되풀이된 '사후 외양간 고치기'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스스로 꾸민 환경의 노리개가 된 우리. 무너진 낡은 2층에 빼앗긴 소방대원들의 삶은 찌든 환경의 무게에 가위눌린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서울은 혼합형, 뉴욕은 계획도시이다. 계획에 반(反)한다는 점에서 혼합은 무계획에 가깝다. 어느 학자가 삶의 미로적 속성과 혼돈의 지속성을 들어 한국을 드라마 재료의 메카라 비꼬듯 지적한 바 있다. 드라마가 무슨 대수인가. 뉴욕의 바둑판 환경을 베낄 묘수나 찾을 일이다.
가야대 교수.연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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