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약 제대로 먹자

약은 인류에 큰 빛을 던진다. 항생제의 시조인 페니실린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인류의 평균 수명을 20년이나 연장시킨 일등공신. 2차대전 중엔 영국 수상 처칠을 폐렴에서 구하고, 많은 부상자를 치료했다.

◇약은 어떤 일을 하나

우리 몸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을 항상 받고 있다. 인체는 병원균이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이기 때문. 병원균이 침투하면 인체는 면역력으로 대항한다. 그러나 면역세포가 병원균 퇴치에 실패하거나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면역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미생물의 공격을 받으면 병에 걸린다.

면역력을 획득하더라도 희생이 따르는 경우가 적잖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장애인이 되는 것이 한 예.

이럴 때 필요해지는 것이 치료약이다. 대부분 치료약은 면역세포가 침입자를 죽이는 것을 도와 주거나, 병을 일으킨 원인균을 직접 죽이는 역할을 한다.

약이 체내에 흡수돼 병균과 싸울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의 혈중농도가 적당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걸 위해 의학자들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이미 계산해 놨다. 그게 보통 하루 3끼 밥을 먹은 후 30분 뒤이다. 보통 3끼 식사의 간격은 5~6시간. 이것이 약물의 혈중 농도 유지에 필요한 시간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약이나 하루 세 번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약을 식후에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소화기관에 작용하는 제산제 등은 공복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섭취된 음식물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도 식전에 먹어야 효력을 발휘한다.

◇약은 물과 함께

예외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약은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약은 물과 복용해야 잘 녹고 소화기관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 물 없이 약을 먹으면 녹는 시간이 오래 걸려 발효가 늦어진다. 또 농도가 짙게 녹아 체내 점막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물을 조금만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장에 기생하며 위염·위궤양·위암 등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없애는 약을 복용할 때는 물을 적게 마셔야 한다. 많은 물이 위장에 들어가면 약물이 희석돼 유효 농도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게 하면 금속 착염 현상이 생겨 약이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를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우유에 들어 있는 2가 양이온(Ca, Mg)과 약물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약을 적게 먹은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돼, 약물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의사 처방대로

약과 주사제를 함께 처방하거나 약의 양을 많게 해 복용하면 약효도 훨씬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빠르고 강한 약효가 필요한 경우엔 주사제를 처방한다. 예컨대 진통제 몰핀은 주사로 투여할 때는 10mg이면 되지만, 약으로 먹을 때는 30mg이나 필요해진다.적정 용량이 초과되면 약의 작용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만 생긴다. 의사는 환자의 나이·체중·체질·증상·부작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최적의 약효가 발휘할 수 있도록 처방한다.

하지만 약 중 가장 좋은 약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음식이다. 약은 그 다음. 몸에 좋다고 약을 남용하는 것은 우둔한 일이다. 약을 복용하는 제1의 원칙은 '의사의 처방대로'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인겸교수(경북대의대 약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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