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방적인 장관급 회담 연기통보는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는 일단 북한 내부사정 등을 이유로 들며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애써 태연해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회담연기 통보가 미국 새정부의 대북 강경입장에 대한 기선잡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자칫 북미관계의 악화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북측 내부사정에 무게를 두는 것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연기사유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면 좀더 강하고 우리가 알아차릴 표현을 썼을 것"이라면서 "전금진 단장의 건강이 썩 좋지않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즉 회담 전날인 12일 오후까지 대표단의 체류일정을 협의했고 항공편 예약도 끝낸 상황이어서 전 단장 건강에 돌연 이상이 생겼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전 단장이 한때 중풍으로 고생했고 최근에도 약병을 옆에 두고 회담할 정도였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측 설명대로라면 향후 조속한 시일내 회담진행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단장교체나 약간의 회담준비과정을 거친다면 회담에 별무리가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변화된 북미관계가 회담연기의 원인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확인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 때문에 북미관계 악화가 장기화 될 경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은 회담연기 통보 직전 평양방송 보도를 통해 이례적으로 사대와 외세를 배격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즉 김대중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에 중점을 둔데 대한 불만을 간접 표시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 포기를 전제로 압박전을 계속할 경우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측은 "북한도 현재의 화해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태를 장기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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