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龍井 '3.13 항일운동'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용두레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br>지금도 널리 애창되고 있는 '선구자'는 일제 시대 북간도의 항일독립투쟁 본거지였던 중국 용정(龍井)을 무대로 한 가곡이다. 이곳은 1919년 기미년 3월 13일 3만여명의 동포들이 독립만세를 불렀던 역사의 현장이자 일제의 철도 부설 자금을 탈취해낸 쾌거의 장이었다. 13인이 일경의 총탄에 숨진 이후 그 불길이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으로 이어지면서 만주.연해주 등의 독립운동에 기초가 되기도 했다.

당시 순국한 열사들의 유해는 다행히 동남쪽 교외 허청리 둔덕에 안장돼 있어 지금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곳 대성중 건물 입구에는 용정에서 태어나 자유와 정의에 대한 불굴의 저항정신을 불지피다 광복을 보지 못한 채 타계한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비도 서 있어 또 하나의 항일정신의 표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중국 정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기미년의 해외 최대 독립운동이었던 만주지역의 3.13항일독립운동 82주년을 맞은 이제야 중국 조선족자치주 정부가 이를 공식 인정, 용정지역에서 당시 순국한 열사 13인의 묘역을 성역화한다는 낭보가 들린다. 또한 용정을 반일.항일의 전통지로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역사관광지역으로 지정할 움직임이며,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경남 거제시와 비용 문제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묘역은 잘 가꾸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에 대해 다소 누그러진 정책을 펴기 시작하자 1989년에 이 묘지들을 발견했지만, 그 뒤 4년이 지나서야 한국의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대리석 묘비를 세울 수 있었다. 이번 중국 정부의 공식 인정과 성역화를 계기로 북간도 항일독립운동의 본거지였던 용정지역이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역사의 현장으로 길이 빛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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