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대미 강경 선회 배경

북한이 부시 미국 행정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북한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비교적 조용하게 지내왔다. 다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독재자'라고 지칭한 사실을 거론해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월 25일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북한 인권문제 등과관련해 몇차례 미국을 겨냥, 목청을 높인 적은 있다.

◈"야수적 만행"거친 목청

그렇지만 14일 이후 전개되고 있는 북한 언론들의 대미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14일 하루동안에만도 40회가 넘게 미국을 비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내용도 사뭇 거칠어 '미제 침략자' '야수적 만행' '미국은 식인종의 나라' 등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새세기에 들어와서도 대조선 적대시 태도를 바꾸지않고 우리의 자존심과 존엄을 심히 건드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공화국(북한)에 도전해 나서는데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미 관계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급진전에서 일단 멈춰선 상태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클린턴 행정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상 북-미 관계는 중단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데서 출발하게된다.

◈부시 "독재자"언급 듣기 거북

대북정책을 완전하게 수립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 '독재자''북한붕괴' 등 북한에서 듣기에 거북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북한의 입장은 △강하게 반발하거나 △이전보다 더욱 유연하게 나가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자극적인 대북발언과 강경대응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온건론으로 나갈 경우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 서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강경론에 강경론으로 맞서 위기국면을 조성할 경우 부시 행정부에도 결코 이로을 것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미국이 강경대응으로 나갈 경우 한반도에 위기국면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키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지존심'과도 직결된다.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본 후 미국의 태도가 북한의 그동안의 '성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 듯 하다.

따라서 북-미관계는 상당기간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가 지난 9일 △북한 정권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현실주의) △전체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대북 검증(Verification)과 점검(Monitor) △북한의 무기확산활동 주목 등 '대북정책 6대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美 대응따라 입장 바뀔 듯

그렇지만 북-미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선의에는 선의로 대하고 도전에는 강경대응으로 대답하는 것이 우리의 혁명적 원칙이고 행동방식"이라고 밝혀 협상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대목은 이를 말해준다. 북한이 몇년전부터 미국을 하나로 보지 않고 '강경 호전세력'과 온건 세력으로 나눠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대미 강경입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사실이다.이와 관련, 이종석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예의 주시해서 살펴봐야 되겠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한이 구체적인 강경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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