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의 북한 방문은 개성-금강산 지역의 관광특구 지정 합의와 내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출전 합의를 통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관광특구 지정이 실현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많고 특히 개성의 경우 도로.철도 연결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북한측도 법제화 추진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관광을 통한 남북 주민간 교류와 외자유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남북 문화장관회담 정례화와 '남북 문화.관광.체육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제2차 문화장관회담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문화.관광.체육 분야의 교류가 정치, 군사적 상황변동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교두보를 일단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이 초청자였던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했고 대부분의 합의사항도 구두 합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김 장관의 방북은 문화.관광.체육 분야 외에 시기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두고 있고, 특히 북한이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무기 연기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아 왔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을 만나지 않았으며, 문화장관의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말해 그의 방북을 둘러싼 '특사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공개할 수는 없을것인 만큼 김 장관의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장관의 방북으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있다. 우선 그동안 3월에 올 것으로 예상되던 북측의 한라산 관광단은 또다시 4월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북한인사의 한라산 방문은 4월중에는 실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이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지내는 등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북간 물밑대화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으며 최소한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과정에 있어 김 장관이북측과의 물밑 대화창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은 15일 김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석해 북한의 사정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져 이런 추측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정부는 김 장관의 방북 결과 보고를 토대로 북한측의 장관급회담 연기 배경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측 태도를 분석한 뒤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래저래 김 장관의 방북 결과는 당분간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김 문화장관 방북기간 '급한 일'로 평양 밖의 지역에 있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급한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이번 장관급 회담을 불가피하게 연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모종의 일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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