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팬은 자유로워야한다

어느 가수가 자신의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감각적 영상 기법과 스토리가 있는 뮤직 비디오를 거액을 들여 제작하고 그 음반을 구입한 사람이 지불한 돈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만족을 얻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11일 성인들과 수 차례 원조교제를 한 중학 중퇴생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그 여학생이 원조교제를 한 이유는 '인기가수의 팬클럽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연예인 팬클럽 회비는 6개월에 1만 6천원 정도이지만 모든 일과를 스타의 일정에 맞추어 지방 공연까지도 따라다니는 일부 극성 팬들이 감당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의 일과를 스타와 함께 하기 때문에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팬클럽 회원이 되면 우선 스타의 고유색상으로 만들어진 비옷, 풍선, 화보 등을 받는다. 그리고 팬 미팅에 초대된다. 스타와의 만남을 의미하는 팬 미팅은 팬클럽 가입비를 지불한 무통장 입금표를 가진 사람만 초대받게 되며, 일년에 한 두 차례 이루어진다. 팬클럽을 기획사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담당직원을 타 회사에 파견하는 것처럼 위장한 후 별도로 팬클럽만을 운영하게 한다.

이는 기획사 스스로가 팬클럽 운영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팬클럽의 표면적 목적은 크게 두 가지. 팬 서비스와 인기과시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팬클럽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기획사의 의도는 오직 출연료 때문이다. 6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그룹이 지방행사에서 노래 두 곡에 4천만원을 받을 때 만 오천명이 회원인 그룹은 1천 5백만원을 받는다. 또한 팬클럽은 방송국 전화조사 등을 통해 순위를 조작하고 라이벌 스타의 안티 스타 팬클럽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스타가 받는 팬레터와 선물의 양은 엄청나다. 선물은 초콜릿 등 먹는 것이 대부분이나 일기장이나 옷이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 HOT 이재원은 특히 팬레터를 꼼꼼하게 읽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물이나 편지는 소속 기획사에 의해 검열(?)되어 정작 스타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스타는 문화산업의 성공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로서 이는 오직 팬의 지지와 관계된다. 그러나 오늘날 기획사의 상업전략에 의한 팬의 조직화는 문화산업이 기획사의 전과(戰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되어야 할 측면도 있다. 조작된 대중문화는 대중에게 버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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