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연어'의 충성

정치인과 말(言)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명언이 되어 수백년을 두고 여전히 감동을 주나하면 실없는 말이 두고 두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는 것을 보면 훌륭한 정치인은 무엇보다도 '말을 잘 할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도 든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링컨 대통령의 이른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한마디 귀절만으로도 링컨의 품격을 알것만 같다.

▲과거 이승만 정권때 어느 각료 한분이 대통령의 방귀 소리를 듣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하더니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어느 장관은 업무보고를 하면서 "둔마(鈍馬)에 채찍질 해주시고…"하면서 자신을 느린 말(馬)에 비유, 대통령에게 지극 정성으로 아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자민련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대통령에게 민주.자민련의 합당을 건의하는 편지속에 "저는 대통령님과 민주당을 떠나 자민련에 입당하는 순간부터 한마디 연어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고 구구절절 대통령에 대한 일편단심을 토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송 의원의 뜻이야 태어난 고향을 떠나 성숙한 뒤 다시 회귀, 모천(母川)을 거슬러 올라 마지막 힘을 다해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연어가 되겠다는 것이니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당략(黨略)에 따라 비록 자민련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지만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일 없다'는 충성 다짐이고 보면 그 집요한 아부근성에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의원 꿔주기의 꼼수정치로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꾼 후 송 의원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은 아랑곳 없이 "동교동계 핵심인사와 민주당 지도부와 합당 문제를 논의했다"며 아예 자민련을 이끌고 연어처럼 민주당에 귀환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졸지에 '연어'를 지도자로 선출한 꼴이 돼버린 선거구민들의 심경이 착잡하리란 생각도 든다.

▲이 와중에 이영작(李英作) 한양대 석좌교수의 호남.충청.강원연합론은 우리를 더욱 황당하게 한다. 지역감정을 없애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 마당에 김 대통령의 처조카로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은 사람의 발언이 겨우 이정도라면 우리 정치 수준도 알만할 것 같다. 정치인들은 우선 말하는 것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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