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관리를 혼내주고 부호들의 재산을 빼앗아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주던 '홍길동전' 속의 활빈당(活貧黨). 이 활빈당은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조선조말 실존했던 조직이다.
17일 오후 8시에 방송될 KBS 1TV'역사스페셜'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이후 등장해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기까지 활동을 펼쳤던 활빈당을 재조명한다. 활빈당은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의적단의 이름. 구한말의 활빈당은'홍길동전'의 영향을 받아 같은 이름으로 자신의 무리를 명명하고, 부호와 악덕관리들을 공격해 탈취한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의 면모를 보여줬다. 규장각에 보관돼있는'사법품보(司法稟報)', 일본 영사관의 기록인'극비한일관계문서총서', '고종실록(高宗實錄)', 황성신문의 보도 등에는 이들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언급돼있다.
제작진은 이러한 기록들과 전문가들의 고증을 바탕으로 활빈당의 활동을 재연하는 한편, 이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폈다.'극비한일관계문서총서'에 수록된 '활빈당 선언서'와 '대한사민논설 13조' 에는 정부에 대한 활빈당의 주장이 명시돼있다. 그 가운데 핵심이 되는 것은 왕도정치를 실시하고, 균전제를 시행하며, 영세상인들의 세금을 없애라는 것. 더불어 개화에 반대하고, 외국에 철도부설권을 양도하지 말라는 주장도 있다. 구한말 고위관리 김윤식의 일기체 기록인'속음청사(續陰晴史)'에는 '가난한 백성을 돌아보고 곡식을 나눠주는 활빈당을 위해 백성들이 세워준 비석이 숲과 같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활빈당이 단순한 화적 집단이 아니라 명확한 주의를 지닌 의적집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이들이 동학농민운동과 을사의병사이의 공백을 채워주며 19세기 이후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민중운동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활빈당이 1만여명에 이르는 인원으로 구성된 전국적 조직이었다는 것과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1905년 이후 투쟁의 대상을 부패한 관리들에게서 일제로 돌리게 됨에 따라 을사의병으로 흡수됐다는 것도 이러한 주장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된다.장영주 PD는 "처음 '홍길동전'에 나오는 내용이 현실화됐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고 접근했으나, 취재과정에서 활빈당이 대규모 민중운동세력이었음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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