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부할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배우지 못할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15일 저녁 포항문화원에 마련된 청소년 자유학교. 4명의 중학교 중퇴생들이 아직도 어색함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중학교 교과서를 가방에서 꺼내고 있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네시간. 낮시간 저마다 일이 있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피곤한 기색은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2일 입학식에 참석한 것은 6명. 이 가운데 벌써 2명이 빠졌다. 학생들 누구나 '나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촐한 교실.
그러나 교사들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포항지역 중·고 교사들과 교수, 한동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열정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았다.
학생상담과 지도를 맡은 이상은 포항 푸른마을 교회 목사는 "단 한명의 학생이 다니더라도 자유학교를 계속 운영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학생수에는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부모의 관심 부족 등으로 학업을 중도포기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사회의 누군가는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업은 중학교 기본교과 뿐만 아니라 만화, 연극, 컴퓨터 그래픽, 산업디자인 등 다양하다. 개개인의 적성과 특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편성해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에서 나온 것이다.
4년전 중3을 다니다 그만두었다는 고모(19)양은 "이제 중학교에 다시 갈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보니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과정을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장을 맡은 김윤규 한동대 교수는 "입학생 수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한명씩이라도 최선을 다해 지도하다 보면 더 많은 학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출발이 미약한 청소년 자유학교. 그러나 교사와 학생들이 뿜어내는 배움의 열기는 어느 학교나 학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문의 016-292-4424.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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