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위와 1천억 상속

신사임당(申師任堂)이 출가한 다른 3자매와 함께 친정어머니로부터 상속을 받았다면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광산(光山)김씨.상산(商山)김씨 분재기(分財記)의 기록에서 확인된 이 사실을 놓고 여성계는 최소한 조선조 초기까진 남녀평등사상이 우리나라에도 남아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 기록엔 자식인 율곡이 외할머니의 제사를 모시는 재산몫(奉祠條)으로 기와집 한채와 노비 5명, 논 20마지기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보통 '상속'이란 용어속엔 '형제간의 살벌한 싸움'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짙은게 사실이다. 그 극단적 사례가 몇년전 미국유학중 카지노에 빠진 박한상군이 돈에 눈이 멀어 부모유산을 조기에 받으려고 무참하게 살해한 패륜범죄가 언뜻 떠올려진다. 이 쇼크로 우리사회는 지식층을 중심으로 자식에게 '유산 안물려주기 운동'까지 일어났다. 대신 똑똑하게 가르친다는 '지식상속'을 강조하고 나선건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아닐까 싶다.

▲지금 시중에는 괌 KAL기 추락사고로 일가족 8명이 몽땅 숨지는 사고로 인천제일상호신용금고 회장의 유산 1천억원이 고스란히 그 사위에게 돌아갔다는 대법원 판결이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회장의 동생들에게 주는게 맞느냐 사위가 받는게 맞느냐'로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요즘은 '사위도 자식'이란 개념이 점점 무게가 실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배에서 나온 그 형제들이 못받는걸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아들상속의 고정관념이 그속엔 짙게 깔려 있음을 엿볼수 있다.

▲'사위가 천억을 다 가져? 말도 안된다' '헤어지면 남남인게 부부이고 사위가 그 집 피가 섞였나? 왜 그 많은 돈을 뺏겨?' 대개 이런 반응이다. 그렇지만 여성계 일부에선 '딸을 생각하면 사위가 받는 게 맞지만…' 하고 여운을 남긴다. 법리적으론 어찌됐건 사위가 받고 형제들이 소외된 판결은 이런 의미에서 국민정서가 그걸 선뜻 용납하지 않으려는 게 대세인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에다 교수인 그 사위가 "그 유산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그 피날레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사람 3명중 1명이 그 혜택을 받는다는 카네기는 인생의 절반을 돈버는 일에, 그 나머지는 그걸 어떻게 쓰느냐로 보냈다고 한다. 우리의 재력가들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번 '상속파문'은 그 교훈으로 순기능해야 한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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