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태수 논설위원)

지금은 전통적인 교육이 디지털·가상교육으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의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교육 선진국가들과의 무한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경쟁력의 원천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대학에서 나온다면, 대학의 경쟁력 기반 구축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도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1등 국가라고 하는 근본적인 원인도 대학들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연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학 교육의 4분의 3을 사학이 담당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질적 향상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다시 사립대를 중심으로 '기여입학제' 도입이 논의되는 배경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연세대가 2002학년도부터 기여입학제 도입을 위해 관계 기관에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 이 제도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신적·교육적·금전적으로 학교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가문·기업·단체 등에 보은 차원에서 직계 자손에게 입학 혜택을 주겠다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학교측은 기부금과 입학을 맞교환하는 입학제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교육부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어 '불가' 입장이다.

▲미국 명문 사립대들이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재정을 거의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사학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이 제도를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1986년에 처음 제기됐던 이 문제가 93년과 96년에도 제안됐지만 진척 없이 좌초된 까닭은 어디에 있었던가. 우리는 미국과는 그 사정과 정서가 판이하게 다르다. '입시 지옥' '입시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입에 모든 걸 거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 않은가.

▲기여입학제가 아직도 소모적 논쟁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본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된다면 '평등'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 이로 인한 서민층의 박탈감과 계층간의 불화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투명성·객관성을 다짐한다고 해도 운용상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일류 대학 선호 때문에 대학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도 뻔한 일이지 않을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