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동생은 오전반, 오빠는 오후반으로 등교한다. 어느 날 동생이 운동화를 잃어버린다. 집세도 못내는 가난한 형편. 하나뿐인 오빠의 운동화를 둘은 번갈아 신기로 한다. 동생은 방과후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고, 기다리던 오빠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냅다 달려간다.

다리에 힘이 붙은 오빠는 어린이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1, 2등에는 관심이 없다. 3등을 해야한다. 3등의 상품이 운동화이기 때문이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순수한 동심을 그린 영화다. 운동화를 잃어버리자 금방 눈물이 가득 고이는 동생 자라의 눈망울처럼 맑고 착하다.

그동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비롯해 여러 편의 이란영화가 소개됐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신선하고 색다른 시선은 제공했지만 사실 아기자기한 재미는 덜했다.

그러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은 코믹하고 드라마틱하며 관객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어 행복감에 젖게 하는 영화다. 조회에서 운동화를 훔쳐간 아이를 찾아내지만 그 아이가 자신들보다 더 힘들고 가난한 것을 알게되자 힘없이 돌아서는 남매. 동생을 위해 참가한 달리기 대회. 힘이 빠지면서도 이를 악무는 오빠…. 피맺힌 오빠의 발을 금붕어가 쓰다듬는 결말에서 보듯 마치 한편의 가슴 뭉클한 동화 같다.

감독 마지드 마지디는 이란의 3세대 감독이다. 96년 어머니의 재혼으로 군인 출신 의붓 아버지를 맞은 14세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로 주목받았다.

'천국의 아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두 꼬마배우의 천진난만한 연기. 오빠 알리역의 미르 파로크 하스미안과 동생 자라역의 바하레 시디키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테헤란의 초등생. 그래서 다큐멘터리에서 느끼는 이란 영화 특유의 진실성이 묻어난다.

정부의 검열과 간섭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란 아동영화들. '천국의 아이들'도 빈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교훈성, 몇몇 작위적인 설정에 눈에 보이는 뻔한 결말이 약점이다.

그럼에도 찡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은 우리에게도 운동화를 잃어버리고 맨발로 집으로 가면서 야단 맞을 생각에 오금 저렸던 추억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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