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흥미로운 판결이 났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법원은 남녀 2인조 강도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영화 '올리버스톤의 킬러'가 모방범죄를 부추겼다며 지난 98년 감독과 제작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영화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동안 범죄와 영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미국 언론은 "없다"는 식의 기사를 자주 내곤 했다. 지난해에는 광란적 충동 살인을 저지른 102명을 분석한 결과 13명만이 액션영화나 폭력게임에 심취해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흡연장면에는 왜 그리 민감하냐는 것이다. 몇 년전 클린턴 행정부는 할리우드관계자들에게 영화 속에 흡연 장면을 넣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속 잔인한 살인 장면은?
우리나라에서도 '텔미썸딩'이나 '주유소 습격사건'등을 모방한 범죄들이 지난해에 일어났다. 물론 영화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직과 소외 등 사회구조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촉매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는 미국의 '이중적 가치'(double standard)의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영화다.
단 1명을 구하기 위해 한 분대가 전멸하는 것은 수학적 '계량컵'으로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가치가 가능한 것은 '용광로론''무지개론'처럼 다양한 인종들의 가치를 녹여 단일의 목표를 이루자는 국가의 질서개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지금 아카데미영화제로 후끈 달아있다. UPI나 AP통신도 아카데미 영화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며칠분 기사만 모아도 사과 박스가 금방 가득해질 정도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기사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미국의 2대 산업이며, 전 세계 85%를 장악한 미국 영화에 대해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는 대목이다. '세계 정복'의 절대 가치를 위해 몇몇 '분대원'의 부음 기사는 빼버리겠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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