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론개혁' 시발 언론사간 '난투극'

언론개혁 문제를 둘러싼 언론사간의 공방이 불을 뿜으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로 불리는 과도한 동업자 의식을 무너뜨리면서 언론을 '비판의 성역'에서 끌어내리는 데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평가도 얻고 있으나 오히려 건전한 상호비판 풍토의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사이기주의에 따른 편가르기와 흠집내기식 보도가 난무해 독자의 혼란을 부추기는가 하면 거액의 소송전까지 가세해 사세를 건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매체비평의 취지가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계의 공방전은 조선-동아-중앙일보와 한겨레-대한매일의 대결로 압축된 듯이 보이지만 여기에 나머지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신문, 그리고 방송사들도 가세해 얽히고 설킨 양상을 보이고 있다.

쟁점이 언론개혁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그치지 않고 세무조사나 불공정거래 조사를 보는 시각, ABC(신문판매부수공사) 제도에 대한 입장,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 신설을 둘러싼 이해관계, 시장 점유율 경쟁 등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정파간의 계산이 겹쳐져 이른바 친여-반여 논쟁으로 비화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언론사간의 대결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계기는 한겨레가 지난 6일부터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를 통해 동아일보사의 마라톤훈련장 건립 지연,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편법 상속 의혹,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중앙일보의 편파보도 시비 등을 잇따라 폭로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즉각 자사 지면을 통해 반박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가 하면 조선일보는 "악의적인 왜곡보도로 조선일보와 관련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9일 한겨레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16일자 미디어면에서 "여권의 언론대책문건에서 친여지(親與紙)로 분류된 한겨레와 대한매일이 반여지(反與紙) 그룹인 조선.동아 등을 집중 공격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러가지 사례를 들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한나라당이 비난성명을 낸 것에 대해 1면에서부터 4개면에 걸쳐 반박기사를 게재하는 한편 16일 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도 지난 1월 'MBC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해 MBC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김주언 사무총장은 "일방적인 비난성 기사나 거액의 소송 등을 통한 이전투구식 싸움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단 상대 언론사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박할 일이 있으면 지면을 통해 이를 공론화한 뒤 법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간 상호비평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나 언론문화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전범(典範)으로 꼽히는 미국 허친스위원회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언론인과 언론기관이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 사기와 범죄 등이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동료들의 침묵 속에 덮여서 그대로 지나가는 한 언론의 직업윤리는 제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관훈클럽의 '한국언론 2000년위원회'도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한국언론의 좌표'를 통해 "언론비평이 신문과 신문 사이, 방송과 방송 사이는 물론 신문과 방송 사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매체간의 교차비평이야말로 언론의 잘못된 관행들을 개선하는 효율적인 방안임을 역설했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 자사에 유리한 측면을 부각시키거나 불리한 대목은 자의적으로 빼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언론사들은 광고주협회의 조사결과를 놓고 일부만 선택적으로 소개하는가 하면 여야의 공방전 가운데 한쪽 주장만 제목으로 내세워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보도기사는 사실의 전모를 충실히 전달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 신문윤리강령 실천요강을 일선 기자와 간부들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방정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자사이기주의적 관점에서 자의적으로 한쪽 면만 부각시킨다면 비판의 힘을 잃고 만다"고 전제한 뒤 "매체비평을 담당하는 기자들이야말로 국민의 편에서 공익에 맞는 기사를 써야 하며 공익을 위해 쓸 자유가 보장되도록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고려대 신방과 교수도 "최근 일부 신문의 미디어 관련기사를 보면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흑백논리식 편가르기라든가 품위를 잃은 상대방 헐뜯기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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