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한 권의 책과 한 분의 스승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동양의 지혜'라면 누가 뭐라 하여도 불교다. 불교라면 누가 뭐라 하여도 금강경이다. 20대 초반에 시작된 동양 유랑은 나이 50이 되면서 초점을 잡고 금강경을 공부하게 되었다.
금강경을 독송하던 중, 필자는 '근원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의 저 깊고 깊은 곳에서 생명의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나와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빛, 생명의 빛'이 나의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의 웃음 속에 묻어있던 공허함은 급격히 감소되고 나의 웃음은 더 우렁차게 되었다. 여러 신비 체험들은 감히 여기 싣지 않겠으나, 날씨와는 무관하게 밖에서 불어오는 법풍(法風, 진리의 바람)은 필자의 몸과 마음을 지금도 가끔씩 시원하게 해 주고 있다. 상담심리학자로서의 필자는 '남을 위한 행복찾기 심리상담'의 작은 집에서 벗어나 '나와 남을 함께 행복나라로 안내하는 진정한 행복찾기 심리상담자'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누가 1600년 전의 중국 한어 금강경을 읽을 수 있는가! 금강경 독송회에서도, 불교TV에서도 1600년 전의 중국 한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한어 음독을 독송하고 있다. 참으로 피눈물이 났다. 너무나 안타까워서 선배·동학들과 뜻을 모아 현대어로 번역하기로 하였다.
선배·동학들과 번역한 금강경 원고를 가지고 무비 스님을 찾았다. 첫 방문에서의 4시간, 두 번째 방문에서의 3시간에 걸친 스님과의 전투(?)는 참으로 치열했고 재미있었다. 처음 맞는 학문의 상대·학문의 적수(죄송)였고, 참으로 완벽하게 졌다. 처음으로 '완벽한 참패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스승님 무비스님께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필자의 지혜는 '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없어져 버리는 빗방울'에 불과했다. 금강경과 스님은 바다였다. 참으로 큰 바다였다. 평생을 수행으로 보낸 대선사와 절에도 다니지 않던 심리학자(과학자)의 치열한 전투는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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