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병준칼럼(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오늘 우리주변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현실을 시정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학교교육의 어려운 실태를 개선하려면 건전한 비판과 함께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더 많은 괌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언론에서는 우리의 교육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교육이 부실하므로 학생들은 학원을 찾아서 입시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불만을 갖는 학부모들은 초등학생들까지 해외로 유학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육전쟁'에서 견디지 못한 일부인사들은 아예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타국으로 이민을 결심하고 실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현실에 대하여 실현가능한 개선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학교교육을 우리가 믿지 못한다면 그것을 피해 갈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개혁하고 더욱 발전해 갈 방법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공교육이 매우 어렵고 부실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이러한 학교를 졸업했고 거기서 터득한 교양과 지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결과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이 정도의 생활과 발전에 한국교육이 기여한 것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의 예에 비한다면 우리의 학교교육은 실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른바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살아 남으려면 우리의 교육도 변해야 한 다. 그렇긴 하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무시하고 졸지에 변신하거나 비약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국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온 교육과 교사들의 역할도 우리는 겸허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국의 공교육을 개선하는데 가장 시급한 것은 재정적 지원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및 지식의 세계화시대에 걸맞게끔 교육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발전시키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교실과 기타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사들을 재훈련시키고 그들이 연구와 수업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게 하려면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사회에서도 연구하고 헌신하는 교사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정책의 핵심은 배우는 기회를 다양하게 증가시키고 그것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이 원칙을 관철하려면 정부예산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기업과 가정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투자와 후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학교교육의 비용과 질이 충실해져야 과외, 학원, 그리고 조기유학에 대한 열의가 상대적으로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서 매우 중시해야 할 것은 호기심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공부하게끔 동기를 고무시켜야 한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처한 우리는 보다 혁신적이고 심지어 모험적인 사고와 실험도 장려해야 경쟁력있는 교육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학교교육을 실현하려면 그에 부응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처럼 필요한 지원과 개선책을 모색하지 않고서 오히려 학교불신을 조장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해치는 언행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을 길러낸 학교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지혜를 모으고 작은 것이라도 학교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백방으로 찾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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