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과수농 "다 죽는다"

한국·칠레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이 5차례까지 진행돼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역 과수 농가들이 가장 우려하던 칠레 과일 무관세수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협 점거 등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농민회를 비롯한 지역 농민, 농민단체들은 오는 22일 시·군별로 지자체, 농협 등 관련 기관들을 점거해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에 농산물 부문을 제외해줄 때까지 집단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우선 농협 점거를 시작으로 정부 대응을 봐가며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경북 농민들은 "농산물 제외를 요구하는 것은 농산물 자체의 수입보다 국내 과일 가격에 비해 칠레산이 턱없이 낮아 농업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며 "이런 차이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국내 과수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2000년 농협이 발표한 양국 과일 가격 비교표를 보면 국산이 포도 6.3배, 사과 1.6배, 키위 2.7배, 배 2.5배, 자두 1.7배, 복숭아 1.1배 등으로 과일 대다수가 칠레산보다 크게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 농민들은 농업부문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체결시에도 국내 농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고관세 정책, 농산물 가격 지지 정책 마련 등을 선결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칠레가 세계적 수출량을 가진 포도(세계 23.6%), 사과(11.1%), 배(10.9%), 복숭아(7.9%), 자두(17.1%) 등은 국내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경북지역 농산물과 그대로 겹친다. 지난 해 경북지역 농산물은 전국 시장점유율이 사과 63%, 포도 43%, 배 11%, 복숭아 56%, 자두 76%, 살구 39% 등으로 5개 과수가 전국 1, 2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99년, 2000년 연속으로 과일 값 폭락으로 부채가 늘어가는 경북지역 농민들로서는 생존차원에서 한·칠레 무역협정을 막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99년부터 협상에 들어가 이달 초 5차 협상을 마쳤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농산물을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했고 칠레 정부는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에 있는 가전제품을 자유무역 대상 품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해 진통을 겪고 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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