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사일방어체계 NMD 미 21세기 국방전략 핵심

국가미사일방어(National Missile Defence), 즉 NMD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국가를 향해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중에서 미사일로 요격 하는 NMD. 효용성과 정치적 배경에 대한 논쟁은 접어두고 첨단과학의 집결체이자 인류가 만들어낸 최상의 무기체계로 불리는 NMD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NMD는 지난 83년 미국 레이건 정부가 구상한 '스타워즈(Star Wars)' 계획, 즉 전 략방위구상(SDI)에 기초한 일종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적성국가가 미국을 향 해 ICBM을 발사할 경우 조기경보위성에 의해 이를 초기에 감지, 요격미사일을 발 사해 대기권 밖에서 격추시킨다는 것. NMD 계획은 지금까지 3차례 실험발사가 이 뤄졌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3차 시도 중 단 한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99년 10월 미국은 최초의 ICBM 요격시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해 1월 2차 요격시험에선 요격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적외선 탐색기가 고장나 실패로 끝났다. 같은 해 7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실시된 최초의 NMD 시스템 통합시험 역시 실패했다 . 발사된 요격미사일은 요격체와 로켓 분리가 실패함에 따라 전혀 엉뚱한 방향으 로 빗나가버렸다.

때문에 미국내에선 NMD의 기술적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ICBM을 조기에 감지해내는 것부터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내는 핵심기술 에 대한 검증 문제, 더불어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도 논란의 대상이다. NMD 시험은 2005년까지 19회가 예정돼 있다.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이지만 향후 기 술 개발에 따라 당초 추구한 목표보다 우월한 성능의 NMD가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NMD를 이해하려면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 ICBM)을 알아야 한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미사일을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패트리어트미사일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ICBM도 이런 방법으로 요격하 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스커드를 비롯한 순항미사일과 ICBM은 질적으 로 다르다.

수천km를 비행해 목표물을 가격하는 ICBM은 먼저 로켓에 의해 힘을 얻는다. 인공 위성을 발사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지만 로켓의 머리부분에 위성이나 우주선 대신 핵탄두를 싣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로켓에 의해 추진된 ICBM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을 통과해 목표점에 다다른다. 3단계로 나눠본다면 3단로켓 으로 대기권을 탈출하는 단계 - 추진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단계 - 대기권에 다시 들어온 탄두가 지상 목표물까지 접근하는 단계다. ICBM은 로켓 추진력으로 최고점까지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발사된 직후 의 속도가 가장 느리고 점차 가속되면서 최고점에 올라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해 지상 목표물에 다가갈 때 가장 빨라진다. 추진체에서 얻는 힘은 없어졌지만 중력 가속도가 붙어 어마어마한 속도로 떨어진다. 사정거리가 길수록 가속도도 많이 붙 는다. 사정거리 수천km의 ICBM은 최종속도가 마하 30 정도에 이른다. 제트여객기 가 김포공항을 출발해 미국까지 도착하는데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볼 때 ICBM은 3 0분 정도면 충분하다. 말 그대로 거대한 총알이 날아오는 셈이다. '날아가는 총알 을 다른 총알로 쏴서 맞히기'에 비유되는 NMD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NMD가 어려운 다른 이유는 ICBM이 지상 목표물을 향해 떨어질 때 단일 탄두가 아 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ICBM은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탄두부가 분리되면서 다 탄두로 변신한다. 요격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가짜 탄두(decoy)를 뿌려놓는 것이 다.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의 표면온도가 달라 적외선 탐지기를 통해 식별해 낼 수 있지만 눈깜짝할 새에 수십km를 날아가 버리는 탄두 중에 진짜를 골라 요격하 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NMD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은 발사 직후 또 는 대기권 밖에 있을 때 뿐이다. 발사 직후에 요격하는 것도 문제다. 핵탄두를 탑 재한 ICBM이 대기권 내에서 폭발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에게 돌 아오는 셈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NMD의 최종 목표는 탄두를 실은 운반 체가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에 진입했을 때 요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 가 빗나갈 것에 대비해 대기권 진입 전후에 요격하는 방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하는 것도 NMD에 포함돼 있다.

사실 대기권 진입 이후에 탄두를 요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마하 30 을 넘는 엄청난 속도를 극복할 수 있는 정확도도 문제지만 다탄두로 분리돼 진짜 와 가짜 탄두가 동시에 날아들면 이를 분간해 요격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용케 요격에 성공한다 해도 핵탄두가 자국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자 국에 돌아온다.

현재 미국이 실전 배치 중인 '패트리어트 PAC3'로도 ICBM을 맞히기는 불가능하다. 사정거리 1천km 미만의 스커드미사일 정도면 몰라도 ICBM과는 아예 격이 맞지 않 다. 미국이 NMD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 하는 미국이 눈 앞에 현존한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NMD 구축이 오히려 세계 열강의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대다수 국가는 반대하고 있다. 과연 NMD가 세계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단단한 방패가 나올수록 이를 꿰뚫기 위해 더 예리한 창이 등 장하는 것은 아닐까.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