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후 독배를 마시고 죽은 사실은 하나의 신화로 각인돼 있다. 철학의 거두로서 존경받아 마땅한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재판은 후세에 다수의 폭정, 범용한 인간들이 천재에 대해 품은 증오심의 증거로 평가되고, 그는 명성과 죽음이 상승 효과를 일으켜 '박제된 영웅'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윌리엄 P 랭어 엮음, 박상익 옮김, 푸른역사 펴냄, 500쪽, 2만1천원)는 박제된 역사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서양 문명의 원류이며 고대 민주사회의 대표적 인물인 소크라테스를 당시 아테네 시민들이 왜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흥미로운 필치, 냉정한 시선으로 살피고 있다.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된 소크라테스는 501명의 배심원 평결을 통해 281대 220표로 유죄가 결정됐다. 이 결정의 근거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대해 아테네의 일부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멋대로 자기 주장을 표현해도 좋다는 식의 의미로 해석, 혼란을 낳았다는 것이다. 즉, 그의 사상과 가르침이 동시대 아테네 시민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으며 수상쩍게 비춰져 죽음에 이르게 되었음을 설득력있게 풀이하고 있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 외에 호메로스, 알렉산더 대왕, 샤를마뉴 대제, 정복왕 윌리엄, 철학자 에라스무스 등 고대로부터 16세기 스페인의 황금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단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사례가 되는 인물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의 삶의 형태는 당시의 사회제도나 관습, 사건 등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 고찰은 기록 위주의 역사가 주는 거리감을 없애고 독자들이 역사의 과정으로 스며들게 함으로써 생동감있게 역사를 접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대 노예제와 관련, 막연하고 추상적인 제도 위주의 기술을 취하지 않고 해방노예 출신으로서 노예상인이 된 티모테우스라는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티모테우스의 삶에는 노예가 획득되는 과정, 노예시장에서의 거래 관행 및 주인과 노예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검투사를 비롯한 전문기능노예가 나타나는 과정 등이 필연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추적을 통해 고대 노예제의 미시적 현상 뿐만 아니라 문명사적 의의와 쇠퇴 과정, 고대 노예제와 미국 노예제의 차이점 등 거시적 관점의 이해에도 동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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