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서로 욕설과 야유를 하지 않는 이른바 '노 샤우팅(no shouting)' 원칙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19일 민주당 이상수, 한나라당 정창화, 자민련 이양희 총무 등 3당 총무들은 "욕설만은 자제하자"고 선언했다. "누가 아지태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여야의 말싸움이 한창이던 지난주에는 여당 대변인이 "말꼬리 잡기식 저질논평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 야당 대변인으로부터 간접 동의를 받아내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 각 방에 '변봉투'가 배달되고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한다"는 냉소와 불신이 어느때보다 높은 시점에 이뤄진 '노 샤우팅'과 '저질논평 중단' 선언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반기는 이도 있지만 "그렇게 될까"에서부터 "헛구호에 그칠 것이다" "해보나 마나다"는 부정적인 해석이 대다수다.
소속 당의 실책에는 눈감는 대신 상대 당의 실수에는 가차없는 공격을 퍼붓는데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판을 치는 정치권의 풍토에서 총무의 약속이나 대변인의 선언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당 지도부에 환심을 사며 거수기와 방패막이, 돌격대, 저격수 역을 기꺼이 감수해온 국회의원들이 처한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라는 것이다. 지역출신 모 의원은 "건강보험재정 파탄에다 경제불안, 교육위기에까지 국정난맥상이 심각한 마당에 노 샤우팅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20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원내총무의 '욕설금지' 선언 보고에 당무위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박장대소하며 폭소를 터뜨렸고 이 총무도 같이 웃었다고 한다.
이 폭소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저질·야유·욕설을 하지말자는 약속이 한낱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게 우리 정치권의 부인할 수 없는 현주소다.
때문에 이번 정치권의 '노 샤우팅 선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같은 냉철한 현실인식과 뼈를 깎는 반성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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