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일보 직전까지 갔다. 정부 스스로 7월이면 재정고갈이 예상된다고 인정할 정도니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봐야한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긴급 대책을 강구중이나 여야 정치권과의 견해차가 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금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의약분업과 보험통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마디로 뭐가 뭔지 모를 극도의 혼미 국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 재정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의 실상을 세밀히 살펴봤다.
◆재정적자 추계 잘못됐나
현 재정위기의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건복지부가 재정적자 추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물론 보험재정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복지부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같은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8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올해 보험재정 적자 규모에 관한 전망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모두 4차례이다.
첫번째 보고서 작성 시기는 작년 10월로 복지부는 당시 의약분업 시행 이전인 작년 상반기 보험재정 수지 현황을 토대로 올해 적자 규모를 2조5천억원으로 추계했다.
원래 이 보고서는 올해 보험료 인상 폭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건강보험 재정운용위의 회의 자료로 준비된 것이나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청와대, 국회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복지부가 의약분업 이후 상황을 근거로 재정적자를 추계한 것은 작년 12월부터다.복지부는 작년 9-10월 의료계 폐업이 진정되고 11월부터 보험급여 지출이 급증하자 12월 적자규모를 2조7천억원으로 다시 추계했다. 그후 올해 2월말이 되자 적자규모 추계치는 3조5천억원으로 불어났고 3월 중순 3조9천700억원으로 공식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작년 수가인상 영향
재정위기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의약분업 전후에 집중된 5차례의 수가인상이다.
복지부가 의약분업 시행과 관련해 수가를 인상해준 것은 99년 11월(12.8%), 작년 4월(6%), 7월(9.2%), 9월(6.5%), 올해 1월(7.1%) 등 모두 5차례다. 이전의 수가를 기준으로 48.9% 인상된 셈이다.
이중 99년 11월과 작년 4월, 9월의 인상은 의약품 실거래가 시행에 따른 의료기관의 약가 마진 보전을 위해, 작년 7월과 올해 1월의 인상은 의료기관의 원가보전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추계대로라면 작년 7월 수가인상으로 9천200억원, 작년 9월과 올해 1월 수가 인상으로 9천억원의 재정적자가 추가될 전망이다.
99년 11월 수가 인상분이 작년 보험재정 수지에 반영됐다고 봐도 작년 7월 이후 3차례 수가인상만으로 1조8천2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같은 수치는 올해전체 적자 추계치인 3조9천700억원의 45.8%에 해당된다.
이처럼 의약분업 시행 전후에 잇따라 이뤄진 수가 인상은 의료계 반발을 다독거리기 위한 선심성 카드라는 인상이 강하다.
복지부가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적정급여 적정수가 적정부담'의 원칙에 따르더라도 '적정 부담'(보험료 인상)이 담보되지 않는 '적정 수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의료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적정 수가를 현실화한다해도 보험료 인상과 병행하거나 또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입을 담보한 이후에 수가를 현실화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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