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린이와 영성

어린이들에게 영성은 존재할까? 어린이들에게 영성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할까? 급변하는 컴퓨터 문화로 인간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어린이들이 겪어야하는 정신적인 갈증은 더해가고 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다음의 성서귀절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어린이들에게 계시하셨으니..."(마태복음 11.25) 또는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이런 메시지는 어린이들에게 분명히 무엇인가 영성적인 요소들이 잠재해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의 종교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초월적이고 감각적 지식을 넘어 영성은 존재하며, 영성을 가르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영성을 어떤 측면에서 이해할 것인가? 어린이들에게 영성은 단지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체험을 통해 영적인 갈증을 해소시켜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성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내면 세계와 자연 그리고 우주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한 변화 그리고 우주적 질서 자체에 대해서 감탄하고 자각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성적인 힘에서 기인한 것이다.

영성은 모든 어린이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원하고, 모든 지구촌의 어린이들이 하나됨을 원하고, 온화하고 겸손한 마음을 원한다. 사랑과 보살핌이라는 너그러운 관계에서 소유보다는 존재를, 경쟁보다는 도움을, 폭력보다는 평화를 염원하도록 돕는다.

어린이들의 마음속에는 이러한 영성적인 요소들이 그득히 잠재해있기 때문에 어른과 다른 순박한 모습을 띄지 않을까? 이들에게 잠재해 있는 영성은 삶의 에너지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정신적인 갈증을 느끼면서 '소아정신 클리닉'이라는 낯선 장소를 찾는 요즘의 현상도 영성이라는 삶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일지도 모른다.

대구가톨릭대 교수.아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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