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고 있는 차계남 개인전. 차씨의 전시 개막일에 맞춰 전시장을 찾은 관람자 김진우(36.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작가의 포토폴리오가 인상깊었다"고 말한다. 20년간 제작해 온 작품이 연대순으로 배열돼 작품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하는 한편 작가의 연보, 작가와 평론가가 작품에 대해 평한 자료 등도 세밀하게 준비돼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거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출신 작가인 차씨가 자신을 적극 알리고 관람자와 교감을 나누려는 배려가 관람자들에게 전시회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해 대백프라자에서 열린 재미작가 변종곤 작품전의 개막일. 변씨는 일찍부터 전시장에 나와서 관람객들과 담소를 나누고, 2시간이 넘도록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창작에 임하는 자세, 작품세계의 변천, 소재구하기 등을 솔직 담백하게 들려주어 개막식에 참석한 미술학도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고, 관람자들의 작품감상을 도왔다.
지난 1월 중순 개인전을 가졌던 사진작가 김성우씨는 호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누드 작품의 영상설명회를 가졌고, 지난달 하순 대구현대미술가협회전은 영상 자료를 비치하여 관람자들이 현대미술을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의 작가들은 관람자를 배려하는 데 인색하다. 통상 전시장에도 간단하게 준비된 팸플릿 정도가 있을 뿐, 포토폴리오는 커녕 작가가 전시장을 비우거나 관람안내자 조차 두지 않아서 최선을 다하는가 의구심을 품게도 한다. 도예가 모씨는 얼마전 개인전을 열면서도 개막 첫날만 얼굴을 보이고 내내 전시장을 비워서 원성을 듣기도 했다.
"작가가 관람자에게만 감상의 몫을 남기거나 통상적 작품안내에서 그치는 것에서 탈피하여, 관람자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작가와 화랑의 자세가 전시문화를 한단계 더 성숙시키고, 문화저변인구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문화계에서는 지적한다.
이와 함께 전시 개막행사의 간소화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오프닝 상차림이 작가에게 비용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이 쾌적한 관람을 방해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씨는 "외국에서는 작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관람자를 배려하는 전시문화가 조성돼있다. 작가가 관람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때 전시문화는 한 단계 더 성숙될 것"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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