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장관동의 담수회(淡水會) 한문서당, 반백의 학생 50여명을 앉혀놓고 유용우옹이 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사서오경, 고문진보 등 웬만한 학식을 갖춘 학자도 제대로 해석하기 힘든 난해한 글들을 술술 풀어낸다.
78세, 고희를 훨씬 지난 나이, 세상에 더 이상 낯설 것도, 새로울 것도 없을 나이지만 그에게서는 겸손함이, 어쩌면 가느다란 떨림이라해도 좋을 수줍음이 묻어 난다. 유옹의 겸손과 수줍음은 타고난 천성이라기보다 몸에 밴 가르침 때문 같았다.유옹은 지난 1991년부터 담수회 한문서당에서 매주 두 번씩(월·목 오후1~3시) 사서오경과 고문진보를 가르쳐 왔다. 산업화와 첨단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듯한 고전. 그러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진지하기는 대입학원에 못지 않다.
"돈 잘 버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될지 모르지요. 하지만 바로 사는 데 고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심 한복판의 한문서당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이유였다. 유옹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뿐 현대식 교육은 받지 않은 사람이다. 줄곧 서당과 집안 어른들로부터 한문을 배웠다. 그리고 그 자신 서예원을 통해 한문교육을 펴왔다. 대단한 학식에도 불구하고 겸손해 할 줄 알고 감출 줄 아는 사람이다. 현대식 교육의 100점짜리 우등생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덕일 것이다.
"대단할 것 없어요. 정말, 대단할 것 없어요" 주변 사람들의 앞다퉈 칭찬하는 소리에 유옹은 버릇처럼 손사래를 쳤다.
유옹은 수업이 없는 날엔 종일 고서적 번역에 매달린다. 전국의 각 문중들이 가문에 보관하던 고서를 보내와 번역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한문 서적을 읽을 생각도, 능력도 없는 후손들에게 한글 사본을 남기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서실엔 꼬박 1년을 매달려도 다 번역해내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한문서적이 쌓여 있다.
'배운 그대로 행동하고 말한 대로 지킨다' 가까운 곳에서 유옹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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