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가짜 휘발유

포항 유사 가짜 휘발유 사건(본지 22일자 보도)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항시 도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 문제에 얼마나 무심했던가를 적나라하게 증명해 줬다. 또 피해자들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이 운수 탓으로 돌려야 하는 현실도 드러냈다.

22일, 포항·영천 등지의 많은 운전자들은 뒷통수를 얻어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믿고 찾았던 주유소 주인 부부와 아들 등 5명이 유사 휘발유를 팔다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

피해자들은 기름값이 ℓ당 50~60원 싼 맛에 그 주유소를 일부러 찾아 다녔었다. 그동안 이유 없이 차가 서는 등 이상한 고장이 발생해 차 수리비에 적잖은 돈을 넣었지만, 기름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안했다고 했다.

포항시가 지난 1월 이 주유소의 기름을 떠 검사를 했지만, 그때도 결과는 '정상'이었다. 석유품질 검사소의 수시 단속에도 걸리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유기 기름을 넘겨 받아 해 왔던 검사 방식으로는 유사휘발유가 적발될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경찰 단속은 주유기 속 기름 뿐 아니라 저장탱크 기름을 바로 채취·검사해야 한다는 점을 행정 당국에 경고했다는 의미도 남기고 있다.당국이 그 동안 해 온 검사·단속은 안일하기 짝이 없는 것임이 드러난 셈. 행정 담당자들이 진정으로 행정소비자(시민)를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