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립극단 '허생'리허설 현장

정치가들의 무능력과 경제위기의 실상이 어찌그리 오늘날과 꼭같을꼬?. 그저 쥐어짜이고, 소생기미가 안보여서 답답하기만 한 서민들의 울분어린 가슴을 탁 틔워줄 연극 '허생'전이 대구시민들을 찾아간다.

21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연습실. "안성장터 경사났네. 난리났네"음악에 맞춰 한바탕 신명오른 대구시립극단원들의 춤사위가 대박의 꿈을 안고 리듬을 탄다.

대구시립극단(감독 이영규, 053-606-6322)이 경상감영 개설 40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4월6~7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릴 연극 '허생'전 리허설 현장.

제6회 정기공연을 겸한 이번 무대는 현대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극작가 이근삼 씨(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의 창작희곡에다 물오르기 시작한 신예 최용훈씨(서울극단 '작은 신화'대표)를 객원연출가로 초빙하고, 대구시립극단이 첫 정식단원 6명이 대연기자로의 포부를 안고 밀도높게 그려지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까지 꼬박 연습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계속되지만 스텝들 모두가 '대구 연극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있어 표정이 밝기만하다.

잘 알려졌듯이 '허생'은 연암 박지원의 실학사상을 담은 한문소설 '허생전'을 현 시대상을 적절히 담아 리메이크한 것.

선비 허생은 조선중기 한양의 남산 기슭에서 글만 읽다가 글공부를 현실에 접목시키려고 한양 갑부 변가에게 일만냥을 빌린다. 이 돈으로 경기와 호남의 갈림길이자 삼남의 요충지인 안성의 과일을 모조리 매점매석해 수십배 차익을 남기고 되판다.

다시 그 돈으로 칼, 괭이 등의 농기구와 곡식종자를 모조리 사들여 제주도로 내려간뒤 제주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고 주고 제주말총을 모두 사 들인다. 사대부 남자들의 필수품인 갓, 망건에 쓰이는 말총의 독점으로 말총값은 하늘 모르고 치솟고 여기서 벌어 들인 수십만냥을 변산지방의 도둑떼들에게 던져주어 새 삶을 선사한다. 뒤늦게 허생의 가치를 안 어영대장 이완이 허생을 찾지만 허생은 변가에게 빌린 돈을 갚고는….

대구시립무용단 신임 안무가 안은미씨의 진두지휘에 따라 너울치는 출연진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무대위에서나마 허생의 출현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 같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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