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고객만족에서 고객사랑으로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이 폭력과 살상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폭력성이 강한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한 중학생이 동생을 살해했는가 하면 인터넷 상에서 폭탄제조기술을 습득하여 시민들을 다치게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적인 사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내면에 자리잡은 범의(犯意)로 괴로워할 젊은이들은 얼마나 많겠는가. 국가는 게임 산업의 장려와 인터넷 강국 건설이라는 경제 논리 때문에 이런 부작용들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이다. 그러면 이는 정부의 책임인가? 아니면 학교, 가정의 책임인가? 우선은 기업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사업 계획을 할 때 우선 목표 고객을 인식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며 사업을 할 때에는 늘 고객 만족을 추구하라고 한다. 그런데 보완하여 한가지만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현재의 고객뿐 아니라 미래의 고객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래의 고객이란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갈 후손이라는 말도 되지만, 현재 고객의 몇 년 후 몇 십년 후에 되어 있을 모습도 포함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현재 만족시키려는 고객에 대해서 과연 그들의 미래의 모습이 현재 시점으로 거슬러 와서 자신 앞에 설 때에도 자신에 대해서 만족감을 표시할 것인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지금은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만족을 표하지만, 그 제품 또는 서비스 때문에 그 고객의 미래에 해가 된다면 고객의 생애 총만족으로 볼 때는 고객 불만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일시적 고객만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누적된 고객 만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을 지선(至善)으로 알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고객을 선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생애 총만족이 극대화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객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포드 자동차는 단순화, 부품의 표준화, 공정의 전문화 등 이른바 3S 정신에 입각하여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는데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체제가 그 당시 미국에 이른바 포디즘(Fordism)이라고 하는 대량소비문화를 유행시킨 전례가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은 그의 이해관계자, 특히 소비자들에 대해서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회와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도 있다. 그리고 그 사회 문화적 영향은 당시 고객의 미래의 삶의 질을 광범위하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네 기업들은 지금 엽기문화를 창출하고 있지는 않는가.이제 기업은 고객 만족을 하는 종의 지위가 아니라 고객 사랑을 하는 부부의 지위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의 짝이 건강을 해치거나 장래를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무조건 따라가지 않고 대화하고 때로는 부부싸움까지 불사하면서 상대를 보호하고 가정을 꾸려나간다. 한편 단기적인 이윤의 실현은 어떻게 성취될 것인가? 예를 들어 건전한 내용의 게임을 만들면 팔리지 않는데 장기적 이윤 창출을 고려하라는 이야기는 한가한 소리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의사가 마약 환자에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지금 당장 마약을 끊으라고 처방을 내릴 때 지금 내가 괴로운데 웬 한가로운 이야기냐고 하며 마약을 다시 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불법, 부작용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상행위는 이미 그 자체가 비정상이며 그로부터 얻어진 추가적인 이익은 사실상은 사회에 당장 갚아야 할 이자 높은 부채이다. 자신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고민하고 전략을 짜 내는 노력의 절반만 고객 사랑에 투입해도 기업들은 충분히 단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기업은 고객의 만족을 위해 스스로를 변화 시켜야 하는 사명도 있지만 이제는 바람직하지 못한 구매 성향을 보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올바른 소비자가 되도록 돕는 사명도 동시에 가질 때가 되었다. 고객 사랑 정신에 입각하여 건전한 소비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여기 저기에 나타나는 따뜻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권오병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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