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 스비다냐, 미르

'다 스비다냐(러시아 작별인사) 미르!'구 소련이 우주에 쏘아올린 인류최초의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23일 15년간 영욕의 생애를 접고 역사의 장으로 사라졌다.

남태평양 피지섬에서 별똥별처럼 추락하는 미르 파편을 목격한 현지 기자 및 주민들은 환상적인 '빛과 소리의 쇼'를 구경했다고 말했다.

피지섬 서쪽 도시 난디에 파견된 CNN 특파원은 미르호 추락직전 "대기권 상공으로 진입하면서 남태평양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르호가 추락할 당시 인근에는 대부분 미국 선박인 27척의 참치잡이 선단이 어로작업 중이었으나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러시아 우주항공국은 이날 오후 3시 "미르호가 영광의 비행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유리 코프테프 우주항공국 소장은 "미르호 폐기를 위한 비행경로에 단 한차례의 실수도, 1mm의 오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르호는 이날 오전 동체에 부착된 화물선 프로그레스M 1-5의 역추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폐기과정에 들어가 오후 2시7분 3번째이자 마지막 역추진 점화 직후 이집트 상공 159㎞에서 고속으로 돌진, 30여분 뒤 대기권에 진입했다.

프로그레스는 앞서 오전 9시30분과 오전 11시께 1, 2차 점화를 성공적으로 실행, 3차례의 역추진 엔진이 예정대로 점화되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니콜라이 이바노프 러시아 우주항공국 부소장은 말했다.

미르호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엄청난 마찰열에 의해 137t의 본체 대부분이 파괴돼 불탔으며 모두 합하면 20~27t에 이르는 약 1천500 개의 파편이 폭 200㎞, 길이 3천㎞의 직사각형 지역에 하락했다.

미르호는 86년 2월,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선포하기 5주전 본체가 발사돼 소련과 러시아의 '자존심'으로 여겨져왔으며 15년간 지구를 8만6천331회 선회하면서 1만6천500여건의 각종 실험을 수행해왔다.

영국의 BBC는 "미르의 가장 큰 성취는 우주먼지 등 각종 위협과 싸우며 우주에서 15년을 견뎌낸 사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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