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면서 울리는 영화 '선물'
"돌아 누운 그의 넓은 등에 기대고 싶고…조금만 더 살고 싶습니다…. 여름 장마때면 우산을 열개쯤 잃어 버리고, 자기 생일도 기억 못하는 그사람을 혼자두고 가는게 제일 미안합니다…. 그런데 그가 아는 것 같습니다". -정연-
"그녀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말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녀가 아프다는 걸…. 곧 나를 떠나리라는 걸….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것 뿐입니다". -용기-
슬퍼도 남을 웃기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개그맨 용기(이정재)와 불치병에 걸린 그의 아내 정연(이영애). '웃기면서 울리는' 영화라는 것쯤은 이같은 인물배경 설정에서부터 선연하다. 그런 그들이 '마지막'을 배수진으로 서로를 위해 최후의 배려(선물)에 매달린다.
'눈물로 스트레스 한번 풀어 볼 수 없을까'하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겐 제격인 전통멜로물.
첫 영화 '인샬라'(96년)로 잔뜩 체면을 구겼던 이영애가 '공동경비구역(JSA)'으로 상승세를 타더니 이번엔 한층 나은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장기없는 얼굴로 악착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의 행동을 보이는 한편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헌신하는 그녀가 자칫 촌스럽기 쉬운 주제의 틈새를 메우며 시종일관 관객의 누선을 자극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개그맨 용기와 아내 정연. 정연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지만 남편에게 병을 숨긴다. 개그맨 남편이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끝까지 강건함을 버릴 수 없다. 죽음을 앞두고도 방송사 PD를 찾아가 남편의 출세를 부탁한다.
반면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을 안 용기는 아내의 거짓말을 지켜주기로 하고 정연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남자 찾기에 매달리면서 그녀의 행복한 웃음과 마지막 추억을 위해 자신의 '웃음'을 만들어 나간다.
때로 절정을 위해 눈물을 아끼는 세련된 화술에 관객들은 더욱 최루된다.
신인 오기환(35) 감독은 데뷔작인 이 작품을 만들면서 '삶의 아이러니를 담은 예술영화'에서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대중영화'로 목표를 바꿨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후자가 일정부분씩 공유된 영화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용기가 죽어가는 아내앞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에 맞춰 눈물가득 노래를 부르고 고아란 이유로 결혼후에도 며느리도 인정치 않던 시부모가 정연을 찾아와 화해를 하고, 실제 개그맨 백재현의 등장 등의 장면에서 웃음과 울음이 교차한다.
오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아나키스트' 유영식 감독과 영화아카데미에서 함께 연출을 공부했다. 93년부터 2년간 광고회사 프로듀서를 거쳤고 '패자부활전'과 '자귀모' 조감독을 거쳤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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