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지치기2

불어오는 바람도 따스함을 간직한 완연한 봄날, 마당 한켠에서 연록 잎새 튀우는 모과나무를 뒤늦게 가지치기 했다.

얼마전 가지치기란 제목으로 글을 쓴 것도 있어서 나름으로 과감하게 가지를 잘라냈다.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한 듯 기분이 상쾌하고 뿌듯했다. 툇마루에 걸터 앉아 가지치기한 모과나무를 감상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미소를 짓고 있을 즈음이었다. 뒷동산 복숭아밭 아저씨가 다가와서는 "욕심을 못버렸구먼"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 아닌가!

"아제요, 뭐라 카심니꺼. 가지치기 잘했다 아인교"하니 "어허 이 사람아, 이거 봐라, 이 가지가 있으면 저 가지가 숨을 쉬겠나. 내가 자르는거 보거라"하면서 이 가지 저 가지를 마구 잘라내는 것이다. 내심 기분이 상했지만 배운다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바라보는 내 몸이 아픔으로 움찔움찔거렸다.

"어떻노, 시원하제!" 아저씨가 가지치기한 모과나무는 그야말로 휑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삭발했을 때 마음처럼 내 가슴이 후련하고 시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욕심버리거라"하시며 내려가는 아저씨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

나름으로는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내 의식은 욕심으로 그득하였다니 사람의 욕심은 비워도 비워도 끝이 없는 것인가! 아직 멀었다. 한낱 모과나무 가지치기 하는데도 욕심을 저버리지 못했다면 지금 내가 버려야할 마음의 군더더기는 얼마나 많이 쌓여 있을 것인가. 정말 부끄럽다. 내년에는 꼭 욕심을 버리고 모과나무 가지치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지금 당장 내 마음의 가지치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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