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조문단 파견 의미-김정일 답방 막후조율 주목

현대그룹 정주영 전 명예회장에 대한 북한의 조문단 파견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북측의 불참 통보로 5차 장관급 회담이 연기된데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통한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문단 파견이 남북관계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조문단 파견을)거부할 수도 있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생각해 허가했다"고 말했다.

24일 북측의 조문단 파견은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4년 문익환 목사 사망 당시 김일성 주석 이름으로 조전을 보내온 예는 있지만 고위급 인사를 대표로 한 조문단 파견은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특히 조문단 단장으로 온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베이징 비밀협상의 주역이라는 점 때문에 모종의 보따리를 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가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북측이 김용순 아태위원장이 아닌 송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낸 점이 단순 조문이상의 의미는 띠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측이 대북사업 중단까지 시사하고 있는 현대와의 화해를 시도하기 위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한 당국자도 "전적으로 북한과 현대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양측의 비공개 대화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조문단 체류가 단지 6시간에 불과하지만 남측 당국자가 빈소에서 송 부위원장 등과 조우하고 제3의 장소에서 회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깊숙한 논의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최근 북측 기류는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막후 회동이 불발에 그친다하더라도 조문단 자체가 갖는 의미 때문에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 전 명예회장의 사망이 조문단 파견을 갖고 왔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가능하다.

한편 이번 북측의 조문단 파견 결정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남측 내부 보수주의자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 북측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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