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사람이 없어도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숨도 못 쉰다.

그래도 사람이 나무보다 크냐?

사람이 없어도 강(江)은

유유히 흐른다.

강물이 없으면 사람은

목말라 죽는다.

그래도 사람이 강보다 크냐?

-이현주 '대답해 보아라'

일전에 물의 날 기념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군에 속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목욕탕에서 함부러 틀어 놓았던 수도꼭지의 물이 새삼 안타까웠다. 근래 우리사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환경, 생태계문제라 할 수 있다.

서양의 근대가 성립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횡포가 본격화 되었다. 자연은 단지 개발의 대상일뿐 공생의 친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이 없어도 나무는 열매를 맺고, 사람이 없어도 강은 유유히 흐른다는 이 엄중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