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육-도축 감소 송아지값 올라

광우병에 구제역…. 사람들이 쇠고기 먹는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쇠고기 시장 개방까지. 악재가 덕지덕지 얹혔다. 그런데 웬걸? 송아지 값은 오르고 있다. 새끼를 낳을 암송아지는 물론이고 수송아지도 마찬가지. 고기 소비는 주는데 송아지 값은 오르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소비 감소 추세=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있음은 도축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축을 맡은 곳은 대구의 신흥산업과 경북도내 13군데 도축장.

그 중 신흥산업 경우 1995년 2만2천마리에 이르던 도축 숫자가 그 후 해마다 감소하면서 작년에는 1만8천마리로 떨어졌다. 18%나 감소한 것. 경북지역 도축 숫자 합계 역시 같은 현상을 보였다. 1998년 13만7천마리를 피크로 줄어들기 시작, 작년에는 10만마리로 줄었다. 감소율은 무려 27%.

대구지역 도축(신흥산업)과 달리 경북지역에선 1995년 이후에도 98년까지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외환 위기 이후 외국산 수입이 오히려 감소해 쿼터량조차 채우지 못할 지경이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사육 마리수 감소=소비 상황을 반영한 듯, 소 사육도 그동안 많이 줄었다. 경북도가 광우병·구제역 파동과 관련해 최근 몇년간의 역내 한우 사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96년 54만7천마리에 달했던 것을 최고치로 점차 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작년 현재 마리수는 겨우 31만7천마리. 그 사이에 무려 42%나 줄어든 것이다. 놀라워해야 하고, 한우 축산의 바탕이 무너지는 것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토록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송아지 값은 이상 열기=그러나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송아지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 특이 징후로 주목되고 있다.

우선 암송아지. 경북도 조사에 따르면 5개월 된 송아지(150kg) 값은 일년 전이던 작년 3월 91만6천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두달 뒤인 5월에는 101만원, 6월에는 109만원, 9월에는 116만원, 12월에는 118만원으로 오르더니, 올 1월 122만원, 2월 131만원, 3월엔 드디어 145만원에 달했다. 일년 사이에 무려 57%나 오른 것.

새끼를 낳을 수 없어 사정이 다른 수송아지 값도 덩달아 올랐다. 작년 3월 125만원 하던 것이 6월엔 136만원, 9월 139만원으로 오르더니, 올 1월엔 140만원 선을 넘은 뒤 2월 146만원, 3월 153만원까지 치솟았다.

◇어미소 값도 안정=송아지 값의 상승세에 발맞춘 듯, 어미소 값 변동 폭도 크지 않다. 안정세인 것.

500kg 한우 암소의 가격은 일년 전이던 작년 3월 250만원에서 12월 290만원으로 올랐다가, 올 1월 240만원으로 주춤하더니 2, 3월엔 290만원 대를 회복했다. 황소도 작년 3월 265만원, 12월 283만원, 올 1월 이후 270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왜 이런 일이?=소비 감소와 그에 따른 사육 마리수 감소에 상반되게 송아지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까?

축산 관계자들은 일단 기대섞인 판단을 내놓는다. 농부들이 한우의 앞날을 밝게 보기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는 쇠고기 시장 개방 때의 대응력에 대해서까지 낙관하는 분위기도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광우병·구제역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올 1월1일부터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의 전망이 밝은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경북도의 축산행정 관계자는 "축산 농가들이 앞으로는 한우 사육 환경이 좋아지리라 믿을 뿐 아니라, 구제역·광우병 파동도 머잖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송아지 사먹이기 과열이 머잖아 다시 소 파동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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