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횡단보도, "안전지대 아니다"

정지선을 훨씬 지나 횡단보도 위에 버젓이 정지해 있는 버스, 신호가 바뀌기 전 벌써부터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택시, 사람이 건너 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조리 비켜 지나가는 승용차. 보행자 안전구역인 횡단보도가 위험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팀이 24일 오후 3시부터 1시간동안 남구 대명동 명덕네거리 편도 5차선에서 정지선 위반 차량을 조사한 결과 총 120대 중 50%가 넘는 64대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위반했다.

또 위반 차량 운전자의 대부분은 남자였고, 여자가 위반하는 경우는 2명뿐이었다. 특히 버스의 경우 6대 모두 위반했으며, 택시는 24대중 70%이상인 19대가 정지선을 지키지 않아 대중교통수단이 여전히 교통법규위반 주범으로 증명됐다.

정지선을 지키려는 앞차를 뒷차가 경적을 울려대며 위협하는 꼴불견 운전자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운전자 이모(남.30.수성구 신매동)씨는 "뒷차가 경적을 울리며 짜증을 내 할 수 없이 정지선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두명을 둔 주부 최모(36.달서구 대곡동)씨는 "아이들 학교보내기가 겁날 정도"라며 "아이들에게 파란불로 바껴도 바로 건너지 말라고 횡단보도 건너는 법을 새로 가르친다"고 했다.

지난 5일 제일서적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경북대병원에 입원중인 신은숙(37.동구 신천동)씨는 "밤에는 아예 횡단보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차량이 많다"며 "운전자들이 정지선 위반을 관행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1만5천562건중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가 448건, 2.8%이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289명중 5.9%인 17명이 횡단보도에서 사망, 일반교통사고에 비해 횡단보도 교통사고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운전자의 기본의식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이 많다"며 "독일은 교통법규를 엄격하게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교통사고율을 유지하고 있어 단속이나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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