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일부 경찰서가 황금시간대에 슈퍼마켓 상품을 전수조사한 뒤 특정품목을 문제삼아 업체를 고발, 식품위생법 과잉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구 달서구의 매장 200여평 규모의 한 대형 슈퍼마켓은 경찰로부터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 당해 400여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이 슈퍼마켓에는 지난 2월 경찰 3~4명이 오후 시간대를 이용, 전수 조사 방식으로 원산지 표시와 유통기한 경과 여부를 조사해 5천700가지 상품 중 2가지 품목을 적발, 고발했다. 낱개로 포장돼 있던 현미와 맛살의 유통기한이 1일 경과했다는 게 고발 이유. 매장 담당자는 "종류로만 5천 품목이지 실제로 수만가지 낱개 상품 중 단 2개의 유통기한이 하루 지났다고 고발까지 하는 것은 도를 넘는 처사"라며 "그것도 고객이 가장 많은 시간에 들이닥치는 것은 무슨 의도냐"고 흥분했다.
달서구에 있는 또다른 한 슈퍼마켓도 최근에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이 점포가 취급하는 품목수는 7천가지 정도. 개별 상품 개수로 치면 5만개를 넘어선다. 경찰은 오후 황금시간대에 전수 조사를 하다시피 단속을 벌였으나 원산지 표시 위반이나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적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업체가 정육을 가공한 후 3일 안에 판매한다는 자체 규정을 문제삼았다. 가공된 정육 1개 제품이 4일이 됐다면 유통기한 표시 위반이라는 게 경찰의 주장. 포장 정육 이외에는 유통기한 규정이 없는데다 업체가 스스로 위생을 위해 내규를 정한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직원 설명도 무시됐다.
경찰은 이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고 구청에 위반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 업체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2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그러나 구청은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뜩이나 과잉단속에 애를 먹고 있던 슈퍼마켓은 벌금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하려고 했으나 변호사 선임비가 200만원 든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포기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지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인데 단속 건수만을 위해 경찰이 이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느냐"며 "대형할인점, 재래시장은 엄두도 못내면서 중소업자들만 골탕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단속에 문제가 많아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지만 위에서 시키면 조사에 나서야 하고 일단 조사를 하면 어떤 식으로든 건수를 올려야 하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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