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급공사 조기발주 헛구호

정부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관급 공사를 조기 발주한다고 발표했으나, 지역 현장에서는 아직도 돈이 거의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 단체는 3월 말까지 공사 대부분을 발주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나 예년의 수준에 머물러 경기가 나쁠때 마다 되풀이되는 공약(空約)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북도 및 각 시군에 따르면, 공사가 일부라도 이뤄졌을 경우 그에 맞춰 그때그때 지급하는 '기성금'(旣成金)은 아직 지급된 것이 거의 없다. 경북도 경우 한 건도 지출된 바 없으며, 시.군도 2, 3건씩에 지나지 않고 있다. 전체 공사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중앙정부 지원금도 지난 석달 동안 전체의 10%도 채 전달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성금은 물론 아직 공사 발주 조차 제대로 안돼, 지금까지 발주 절차나마 끝난 경북도내 공사(소규모 포함)는 전체의 20.6%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군이 올해 발주할 1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는 2천13건(1조2천395억원)이나, 포항시 경우 183건(1천283억원) 중 26%인 48건(336억원), 영주시는 82건(643억원) 중 12%인 18건(77억원), 봉화군은 93건(521억원) 중 26%인 16건(133억원) 밖에 아직 발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발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용인부들은 건설현장을 떠나 공공근로 사업장이나 구직 창구 주변을 맴도는 등 여전히 실직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 자재 업계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철근.파일.빔 등을 주로 생산하는 포항공단 한 업체는 최근 넉달간 판매량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와 했다.포항지방 고용안정 센터 관계자는 "관급공사를 조기 발주한다고는 했지만 실제 일용공 채용을 의뢰하는 건설업체는 거의 없다"며, "현재로서는 공공근로 사업 정도밖에는 알선할 게 없다"고 했다.

경북도 세정회계과 김재석 계약관리 담당은 "겨울철이 지난지 이제 한달 정도밖에 안돼 공사 자체가 어려운 만큼 기성금 지급 실적이 있을 리 없는 것 아니냐"며, "발주도 한달쯤 지나야 전체의 90%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실제 현장에 돈이 풀리는 것은 여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기 부양, 실업 대처, 서민 생활 지원 등을 들어 지난 1월에 관급 공사 조기 발주를 발표했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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