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26개각 뒷얘기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방향타가 될 '3·26 개각'은 능력있는 당정인사들을 기용한다는 김 대통령의 개각구상에 따라 정치인 입각폭이 당초 예상에 비해 확대됐다.

김 대통령은 지난주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원, 민주당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보고받은 각종 개각 관련 자료를 토대로 구상을 마무리한뒤 25일 오후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의 조율을 거쳐 이날 저녁 인선안을 최종확정했다는 후문이다.김 대통령은 25일 오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보내 입각대상 자민련 의원들에 대한 최종 조율작업을 펼쳤으며 이 과정에서 자민련 현역의원 입각폭이 당초 2명에서 3명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26일 인선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각에선 공동정권의 공조정신이 반영됐다"고 말해 김 대통령이 자민련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했음을 암시했다.

자민련 현역의원들의 입각 폭이 늘어남에 따라 민주당쪽 인사들의 입각폭도 확대됐으며 이 바람에 김영환 과기부 장관 이외에 김덕배 중소기업특위위원장도 장관급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개각은 청와대측의 '철통보안'으로 발표 당일 새벽까지 인선내용이 안갯속에 가려있다 발표 직전에야 윤곽이 드러났다.

청와대측은 인선내용이 언론에 미리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러나는 대부분의 장관 및 입각 대상자들에게 26일 새벽에야 인선 내용을 통보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당 입각 케이스인 김영환 과학기술장관과 김덕배 중기특위원장은 25일 오후 늦게 직·간접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영환 장관의 경우 당내 인사의 입각여부 등에 대한 '취재'를 위해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한 실장으로부터 "당신도 들어가는데 입 다물고 있어라"는 함구령을 받고 취재진의 문의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장관의 입각에 대해선 김중권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당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기용 검토사실은 알았으나 최종확정 여부는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통영·고성지구당위원장으로서 이번에 뚜렷한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이근식 행자부장관은 김기재 최고위원이 "현 내각에서 박재규 통일장관과 노무현 해양수산장관이 빠지면 부산·경남(PK) 출신이 모두 없어진다"는 논리로 동교동계에 강력 천거했다는 후문.

해양수산 장관에서 물러난 노 전 장관은 오는 8월까지 유임 희망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터여서 지난주말 교체 통보를 받고 측근들에게 "매우 놀랐다.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라며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이번 개각에서 자민련 인사가 대거 입각,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위상이 강화된 것은 이인제 최고위원쪽에도 그다지 유리한 것은 아니며 신건 전 법무차관이 이번에 국정원장으로 중용된 것도 김 대표쪽에는 부담이며, 김근태 최고위원 역시 입각 공개희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애써 자위하기도 했다.

◈◈자민련

민주당에서 이적한 경제통인 장재식 의원은 스스로 입각을 강력히 희망한데다 나름대로 전문성도 갖추고 있어 김 명예총재가 교섭단체 달성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우선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들어맞은 경우다.

건교부 장관을 거머쥔 오장섭 사무총장은 건설업자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 됐으나 총선참패후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림을 도맡아 당을 안정시켰다는 공로로 JP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 발탁배경인 것으로 관측된다.

5명이나 되는 재선의원 그룹에서 발탁된 정우택 의원의 경우 JP에 대한 충성도에서는 같은 재선인 이양희 총무 등에 뒤지지만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점을 청와대측에서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과 경합했던 이 총무나 변웅전 대변인, 김현욱 지도위의장, 김영진 총재비서실장 등은 개각발표 당일인 26일 아침까지 입각통보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했다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일부 인사들은 "민주당에서 이적한 장재식 의원을 제외하면 결국 우리당 인사의 입각은 2명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특히 한때 '입각0순위'로 떠올랐던 이 총무는 탈락의 충격 때문인 듯 이날 총무회담에 불참한 채 잠적하기도 했다.

한편 변 대변인 등 원외인사들에 대해선 앞으로 산하단체장 인사 등에서 배려가 있을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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