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결과는 아시아 영화인에겐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음미케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날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감독상, 남.여우 주.조연상 등 빅6 를 차지하느냐는 것.
경쟁은 미국 '글래디에이터'와 대만 '와호장룡'으로 한껏 좁혀진 상태였다. 작품상을 포함해 '글래디에이터'는 12개 부문, '와호장룡'은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
전자의 우세를 점치는 쪽은 보수적인 할리우드가 전통적으로 선호해 온 서사물인데다 휴머니즘을 담은 영웅담을 그린 점을 높이 샀다.
후자를 손들어주는 측은 대만출신 감독 작품으로 외국어 영화로는 북미지역에서 처음 1억달러 흥행수입을 돌파한데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할리우드만의 잔치판"이라는 외국인의 따가운 눈총이 극점에 달한 점도 유리한 환경으로 꼽았다.
게다가 '와호장룡'은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독립영화제인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어워즈(ISA)'에서 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 분위기를 몰아가며 도박사들을 헷갈리게 했다.
아카데미상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첫 발표된 미술상을 '와호장룡'이 차지하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이어 발표된 여우조연상에선 거의 거론된 적 없는 여우(女優) 마샤 게이 하덴이 수상했다. 아카데미 수상식을 생중계하던 국내 영화채널 HBO도 "그녀에 대해 준비한 것이 없다"고 황당해 하며 '이변'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나 '찻잔속 태풍'이었다. 빅 6중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을 '글래디에이터'가 가져가고 그외 음향.의상디자인.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을 보탰다.
'와호장룡'은 빅6에는 배제된 채 외국어영화.미술.작곡.촬영상 등 4개부문 수상에 그쳤다.
할리우드 우월주의인가…, 아닌가….
그나마 할리우드 본토에서 열린 행사에서 '와호장룡'이 그렇게 선전한 것도 성과라는 평가도 있고 보면 국내를 포함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아시아 영화의 선전에서 또한 우리는 희망과 미래를 본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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