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지방선거, 벌써 돈타령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당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충격적이다. 영·호남 등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서 내년 선거에 출마할 인사들이 소속 지구당위원장 등 정당 실력자를 찾아가 공천헌금을 제의 하는 등 정당 공천을 둘러싼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나라당이나 호남의 민주당처럼 특정 정당의 공천은 곧바로 당선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때문에 이런 지역의 단체장은 최소 3억원에서 10억~20억원, 광역의원 5천만~1억원, 기초의원 2천만원 정도의 공천헌금이 호가된다는 설명이니 이러고서야 이 땅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는지 개탄스럽다.

지난 91년 이 땅에 지방자치시대의 문이 열리고 지방선거가 시작된지 10년이 됐지만 우리의 기초민주주의는 여전히 표류되는 느낌이다. 민선2기의 자치단체장 중 이미 20명의 단체장이 뇌물수수로 사법처리된 것을 비롯, 모두 45명이 의법처리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지방자치가 흔들리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필요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지금처럼 고액의 정치 헌금이 요구될 경우 필연적으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내몰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무능력의 단체장과 의원들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 운영 실태에서 보아온 바이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난(亂)개발과 환경파괴를 비롯, 자치행정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삐걱거리는 것도 결국 전문성 없는 단체장 때문이란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고액을 헌금한 단체장, 의원들이 밑천을 뽑기 위해 갖가지 이권청탁이나 이권에 직접 개입, 부정 부패의 근본 요인이 된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이럴바엔 차라리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굳이 필요하다면 광역단체장과 의원은 공천을 하더라도 기초단체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했으면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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