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문제가 한국경제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IMF경제위기 이전의 기아자동차와 같은 위치와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현대건설의 크기는 기아자동차와는 견줄 바가 아니다. 그러기에 정부는 지원금융을 늘리고 신속회사채 인수라는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러다 이번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 지난해 적자 규모가 자그마치 2조9천억 원에 이른다는 소식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갑자기 24배나 늘어난 규모이다.
이에 정부와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통해 또다시 현대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이유는 한국 최대의 건설업체인 관계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가고 4천여 하청업체가 연쇄부도에 휘말려 우리경제가 휘청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운명은 일단 시장의 결정에 맡긴다는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고, 동아건설이나 우방건설 등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나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보니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빠져 출자전환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과적인 논리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출자전환이라는 카드를 쓴 것이 낫지 않았나 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정부의 판단 실패인 것이다.
물론 출자전환을 할 것인가, 또 다른 처방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는 5월 별도의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살린다는 방향은 불변일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규모의 문제가 있을 뿐인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또 있다. 동아건설에서 보듯 건설사 경우 외부인사가 들어와 성공한 예가 적다는 경험이다.
이렇게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대기업을 살린다면 이는 바로 모럴 해저드를 불러온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전례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또 대북(對北)사업 '공로'때문에 살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적 의구심도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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