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영재 공교육은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교육 기관들이 그 열기를 틈 타 영재 판별 테스트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믿기에는 문제가 적잖다. 판별 도구 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고, 남의 것을 베껴 쓰는 문제도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엔 공교육 차원의 영재교육 프로그램 2개가 시작됐다.

하나는 이날 오후 3시 경북대 전자계산소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북대 과학영재 교육센터 입학식. 대구·경북 128명의 초·중학생과 학부모들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초교생 36명은 수학·과학, 중학생 92명은 수학·물리·화학·생물·지학·정보 등 과목별로 나뉘어 교육 받는다. 학기 중에는 토요일 오후에, 방학 때는 8일간 매일 4시간씩 수업이 있다.

초교 과정에서 수학·과학에 흥미를 붙인 학생들은 평가를 거쳐 중학교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기초-심화-사사 과정을 거치며, 이를 통과하고 나면 교수·대학원생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구과정에도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올해로 4기째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실험 기자재 확충, 영재교육 전문가 양성, 예산 지원 등은 여전히 초보 수준인 것이 아쉬운 점.

17일 시작된 또하나의 영재교육 과정은 대구시 교육청이 운영하는 것. 이날 경북대 행사와 같은 시간에 참가자 선발을 위한 시험이 대구동중·대구여중·본리여중 등에서 치러졌다. 공식 이름은 중2 심화학습 교실. 중고교 교사와 외부 강사들이 6개 반 180명의 학생들에게 수학·과학·영어를 가르친다.

다음달 2일부터는 고교 과정 수학·과학·외국어 심화학습 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책임 운영학교는 대구 과학고 및 외국어고. 연간 250시간 정도를 커리큘럼으로 잡고, 각 80명과 90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앞의 두 영재 과정 사이에는 차이도 있다. 경북대 과정이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추구하는데 비해, 심화교실은 특정 교과목에 대한 심화교육을 목표로 하는 것. 영재교육이라기 보다는 '특설반'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시교육청 측은 "지금의 열악한 조건 아래서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재교육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시교육청 교육 정보화과에서 컴퓨터 심화학습 과정을 운영하며,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하는 원격 영재교육도 있다.

영재는 많지만, 영재교육은 없는 현실. 경북대 이상법 교수(물리교육과)는 "영재성이 두드러지는 학생들을 관련 기관으로 연결시켜 주려는 학교 관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어설픈 사교육에 의존할 게 아니라, 풍부한 독서와 토론을 유도하는 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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