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國難)의 시대다. 경제, 교육, 사회 등 각 분야에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고 그래서 나라에 희망이 없다며 이민을 떠나는 소위 '절망이민'의 등장이 그 증거이다. 사회는 부모살해, 교사구타 등과 같은 말하기조차 거북한 패륜이 등장하는 난세(亂世)인가 하면 보수와 혁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노(勞)와 사(使) 사이에 갈등의 폭은 깊어만 가는 난국(亂國)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오죽 했으면 대한신경정신학회가 한국은 '특단의 치유가 시급한 중증의 병든 사회(Insane Society)'라는 진단을 내렸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개혁정책들이 일단은 실패로 끝나거나 실패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이 그렇고 교육개혁이 그러하며 2월말로 기본 틀은 세웠다는 4대 개혁이 그러하다. 이는 미국의 와튼 계량경제연구소나 영국의 유로 머니지가 우리의 개혁을 보고도 국가신용도를 모두 추락시켜 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새로운 모색을 위해서도 원인분석은 중요하다. 여기에는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혼란도 분명 한 요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정치 경제 사회의 낡은 패러다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가장 큰 몫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22일 한국정치학회에서 리더십위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서 한 발표자는 리더십 위기를 소수 지도자에 의존하는 정치 시스템 '가신(家臣)정치'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골치 아픈 학문적 접근보다는 얼마 전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실패한 CEO(최고경영책임자)의 8가지 특징'과 가볍게 비교해 보는 것이 손쉬울 것 같다.
첫째는 실천해야 할 때 주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여권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구조조정을 한 고삐 늦추어 버렸다. 이것이 오늘의 경제위기의 싹이었다는 것은 거의 정설화 되어있다. 둘째는 조직원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프로세스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의 대부분 공무원들이 '2년만 참자'는 대춘부(待春賦)를 부르며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 있다는 보도를 봐도 알 수 있다. 헌신(獻身)의욕을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나쁜 뉴스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야당과 언론을 국정에 발목을 잡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또 가신(家臣)의 이용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공조직은 허구가 아닌가하는 의혹을 종종 갖게한다. 넷째는 인기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실시나 99년 대우채(大宇債)에 대한 원리금 80~100%보장 조치 등이 그것이다. 이미 포퓰리즘(인기주의)은 DJ정부의 상징이 되고 있을 정도다. 다섯째는 기준 낮춰 잡고 만족해한다는 점이다. IMF위기 졸업론 등이 그것이다. 여섯째는 숫자에 약해 상황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2년전 여당이 내놓은 의약분업 정책보고서는 그야말로 장밋빛 일색이었다. 지금의 의약분업 실패를 생각하면 당시 나열된 예상치를 잘못 읽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외환보유고 성공 측면을 보면 이 부분은 그렇지 않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일곱째는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98년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의 옷로비 사건에서 보여준 미련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여덟째는 후계자 육성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후계자가 없다.
물론 위의 8가지가 DJ리더십 전부는 아니다. 단점의 일부분이다. 오히려 풍부한 지식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될 수도 있다. 특히 DJ의 실패는 바로 우리의 비극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성공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주요 보직을 호남인사로 독식을 하든, 개각을 개혁보다는 나눠먹기 식으로 하든, 성공만 하면 이러한 비판은 용납되어 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스타일을 지속한다면 성공으로 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사결정과정이 민주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된 경우는 그것이 시정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장관들도 그랬다. 의약분업 때 일이지만 당시 복지부장관 주재회의에서 기획실장이 반대의견을 말하다가 직권면직 당했다. 이래서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는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실패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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