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계에 미술관·화랑 등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Independent Curator)'들이 속속 등장, 본격 활동에 나서 주목된다.
30대 소장층인 이들은 상업성을 일절 배제한채 독자적으로 화가를 발굴하고 전시 기획·관리를 도맡아 전시 활성화, 신인작가 발굴 등 적지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6일부터 5월 3일까지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는 'THE NEW GENERATION전'은 독립 큐레이터를 표방한 최창규(36.계명대 강사)씨의 작품.
최씨는 지난해 10월 갤러리 신라와 계약을 맺은 뒤 대구지역 6개 대학을 돌며 대학졸업생 및 대학원생 작가 13명을 찾아냈다. 그는 "지난해에 교수추천 등으로 작가를 선정해 혼선을 빚었지만, 이번에는 큐레이터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작가를 택했다"면서 "젊은이다운 발상과 실험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에 점수를 많이 줬다"고 선정과정을 밝혔다.
"미국에서 '독립 큐레이터'는 미술을 대중속으로 끌어내 환경, 정치와 접목하는 사회운동가적 성격을 띤다"는 최씨는 앞으로 공중화장실 등 생활공간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에서 '독립 큐레이터'의 원조는 김옥렬(37.여.영남대 강사)씨다.
김씨는 지난 96년 '드로잉의 언어와 소통의 전망'전(예술마당 솔)을 시작으로 지난 2월 '美인 卽 器인 흙'전(빛살미술관)까지 5년여동안 8개 전시회를 혼자 치뤄냈다. 특히 지난해 11월 신천 수성교주변에서 열린 설치미술전 '신천의 꿈'은 과감한 공간활용과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씨는 "'독립 큐레이터'로서 영업·전시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역량있는 신인을 자유롭게 발굴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대구지역은 미학, 비평 등을 종합하는 기획마인드가 부족, 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인터넷 화랑(www.Vgallery.co.kr)을 운영하고 있다.
또 현대미술의 활성화를 주창해온 '독립 큐레이터' 이주형(39)씨도 빠트릴 수 없다. 이씨는 지난해말 L사이드 갤러리의 독립 큐레이터를 맡아 실험적인 현대미술 기획전을 시도하다 현재 새로운 활동을 모색중이다.
그러나 '독립 큐레이터'들이 겪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활동비만 받고 뛰고 있다"(최창규) "경제적으로 어렵다"(김옥렬) "실험적인 전시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이주형) 등등... 이들의 활동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지만, 상업성에 물든 기존 미술계에 자그마한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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