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대회서는 아버지에 양보못해요

아버지와 아들 이발사가 28일 폐막된 대구.경북 기능경기 대회 시상식에서 나란히 이용부문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했다. 민기철(53.중앙이용소)씨와 아들 정욱(21)씨가 그 주인공. 이 대회 이용부문에서 부자가 함께 입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아버지 기철씨는 이용경력 36년의 베테랑, 아들 정욱씨는 갓 1년을 넘긴 병아리 이발사. 어딘가 소년티마저 느껴진다. 아버지와 아들은 지난 1년간 때로는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경쟁자로 서로를 격려하며 밤샘 연습을 했다. 연습용 가발 값만도 수백만원, 밤샘 가위질로 손가락의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아들 정욱씨에게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더 큰 보람이었다.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녀석은 재능이 있어요. 오는 7월 전국 대회도 기대해볼 만 해요" 민씨는 아버지가 아닌 스승의 입장에서 아들이 아닌 제자를 평가했다. 아들 정욱씨의 각오도 대단했다. 전국대회에 대구대표로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올 가을 개최될 세계 대회에 출전할 꿈도 키우고 있다.

"아직 우리 나라는 이용부문 세계 대회 금메달이 없거든요. 제가 한번 도전해볼 거예요" 정욱씨는 수줍은 얼굴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재산도 학식도 없는 내가 자식에게 물려 줄 것이라고는 기술밖에 없어요. 전망도 밝고요. 뭐니뭐니해도 기술자가 최고 아닙니까? 저도 돌아가신 형님한테 이발기술을 배웠어요". 아버지 이발사가 아들에게 이발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유였다.

조두진 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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