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 총장, 도쿄대 졸업식 축사

서울대 이기준(李基俊) 총장이 28일 오전 일본도쿄대 졸업식에 참석,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했다.

한국인은 물론 외부인사로는 처음이다.

이 총장의 도쿄대 졸업식 초청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년전이다.

당시 도쿄대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총장은 "21세기의 도래를 기해 첫 축제의 공간에 최초로 등장하는 분이 미국, 유럽 대학의 총장이 아닌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의 대학 총장이었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소망이었다"고 말했다.그러나 도쿄대는 이를 공식화하기까지 1년 이상 물밑 정지작업을 벌였다.

여전히 일본 국민정서의 밑바닥에 깔린 과거사의 앙금으로 인해 '왜 하필이면 1번 타자가 한국의 대학 총장이냐'라는 반발이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이 총장은 축사에서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지워질 수는 없다"며 도쿄대 졸업생과 이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러 온 졸업생 가족들에게 일본의 과거사 왜곡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 총장은 또 "양국(한.일)간의 불행했던 시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한 극복의지가 있을 때에만 신뢰성 있는 참된 이해가 이뤄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도쿄대 하스미 총장도 "20세기 일본에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36년에 걸쳐 유린한, 어떤 견지에서 봐도 도저히 정당화하기 어려운 과거가 있다"며 일본 대표적 지성으로서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졸업생들에게 "우리 자신에게는 우연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과거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역사적인 기억을 잃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졸업식 참석자들은 이 총장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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